"금융 신화의 붕괴..현금이 王"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09.02.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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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 인사이트 ]

"금융 신화의 붕괴..현금이 王"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필자는 2001년 현대투신 매각과정에 원매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미국 AIG 보험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들여다본 AIG의 재무제표는 좋은 의미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AIG는 필자가 재무제표를 확보할 수 있었던 1987년부터 2000년까지 14년 동안 전년대비 EPS(주당순이익)가 감소한 해가 한 해도 없었다. 보험사가 손실이 나기도 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다반사인 미국에서, 주주가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는 주주자본주의의 대표적 회사였다.

그런데 그런 AIG가 국유화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AIG는 2008년 4분기에 600억달러(원화로 91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정도면 미국에서 가장 큰 보험사인 AIG가 자체 신용으로는 더 이상 보험사업자로서 기능을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아울러 미국 금융시스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로 AIG를 이렇게 어렵게 만든 주 요인은 그 유명한 CDS (신용부도스왑)손실 때문이다.



전일에는 씨티그룹 국유화 방안이 보도된 바 있다. 국유화 이유는 뱅크런 방지. 자산 부실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외부 자금조달이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국유화에 대한 이슈 부각은 기존 FRB의 유동성지원 프로그램과 논의되었던 배드뱅크가 실패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특히 필자는 이미 투자은행들이(즉 증권사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과 보험사 국유화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가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시각을 미국 내에서 미국 밖으로 돌려보자. 아무래도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뉴스는 동유럽 국가들의 외환 위기이다. 동유럽 국가들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10년 동안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 국가들의 자본투자와 생산기지 역할을 해 왔으므로, 동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기는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상황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한국처럼 외환위기에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할 IMF가 자금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마저 그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IMF의 가용 재원은 1,420억달러인데, G20 회의에서 IMF 재원을 5,000억달러까지 늘려야 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제 관심사를 해외에서 국내로 돌려보자. 필자가 우리 경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최근 뉴스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이다. 이는 곧 WTO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큰 걱정은 보호무역주의가 일시적 풍조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무역주의는 자유로운 상품거래를 통해 교역량을 증가시키고 부를 성장시킨다는 측면에서 보호무역주의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자유무역주의가 배분문제까지 해결하지 못 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FTA 자유무역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이미 제기되었던 상황이므로, 이번 경제위기와 맞물려 보호무역주의가 쉽게 퇴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수출이 GDP(국내총생산)의 42~60%를 차지하는 한국으로서는 자유무역의 상징인 WTO 체제 붕괴가 성장률에 직결될 수 있으므로 걱정이다. 더욱이 최근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가전, 자동차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더 큰 걱정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들을 한 가지로 주제로 나타내면, 199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의 헤게모니를 이끌어 왔던 신화 같은 존재들이 하나씩 명멸하고 있으며, 아울러 국제 금융과 무역을 가능케 했던 IMF, WTO 같은 익숙한 기구들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시점에서 주가가 상승해도 얼마나 오를 수 있을까. 코스피지수가 1200까지 상승했던 2월 10일자 본 칼럼에서 필자가 기고했던 것처럼 주식보다 현금이 가장 적절한 투자대상임을 “계속”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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