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맞이하는 여야 정치권의 자세는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조속한 법안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공감을 표했다. 의기투합이랄 정도로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미FTA 선비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펴며 설전을 벌였다.
박 대표는 "민주당이 한미FTA를 체결해 놓고 지금 와서 반대하는 자가당착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단체도 야당 설득에 나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재계가 노사민정 합의에 동참한 데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며 대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중소기업의 일자리 유지를 호소했다. 조 회장은 "600개 대기업이 경제가 많이 어려운데도 작년보다 2조원만 줄어든 86조원을 투자키로 했다"고 화답했다.
조 회장은 또 "금산분리완화관련법이 하루 속히 처리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기업이 잘돼야 중소기업이 잘된다는 생각에서 중소기업도 출총제 폐지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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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한미FTA '설전'…금산분리는 얘기도 못 꺼내 = 민주당과의 만남은 초반부터 어긋났다. 한차례 인사말이 오가자마자 양측은 논쟁에 들어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집무실을 찾은 조 회장 등 경제단체장에게 "민주당은 한미FTA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다만 "양쪽이 동시에 비준할 때만 발효되는 것인 만큼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미리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고 나서 적시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정부여당은 우리가 먼저 비준하는 게 미국 의회 비준에 압력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라며 "미 의회는 자국의 국익 차원에서 비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조 회장은 "절차가 어떻게 되든 빨리 발효돼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절박한 바람"이라며 "어느 것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정치권이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다시 "우리가 먼저 비준한 뒤 미국에서 재협상을 요구할 때 수용하면 국민이 용납 안 하고 거부하면 한미FTA는 물건너 간다"며 미국보다 먼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냉랭한 긴장감이 돌았다.
경제6단체장은 민주당 지도부 앞에서는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안제도 폐지 등에 대해선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