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박상주 기자 2009.02.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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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환율 전고점 돌파…환란후 최고 수준

-역내외 투자자와 외환당국 사이에 신경전 펼쳐져
-외환당국 경계령 확산…"의지 얼마나 강할까" 시장은 시험 중
-"예전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인식 확산

국내 외환시장에 '외환당국 눈치보기'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급등세로 돌아서며 전날에 비해 27.3원 급등한 1516.3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전고점인 1513원(지난해 11월 24일)이 3개월 만에 깨졌고,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수치 자체는 실망스러웠지만, 이날 역내외 투자자들과 외환당국 사이에는 '물밑 신경전'이 펼쳐졌다. 전날 외환당국이 올들어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본격 개입해 환율이 급락한 뒤 '사전 탐색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외환당국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실제 펼칠 전략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환당국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나"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5원 오른 1503.5원으로 시작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환율 상승을) 두고 보자"라는 짧은 말을 남겼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경고성 멘트로 판단, 외환당국의 추가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가 나타나며 환율 상승 폭이 잠시 줄었다.

하지만 오후에 접어들어 "개입이 없을 것"이란 심리가 확산되며 환율 상승세에 베팅한 달러 매수세가 강해졌다. 전날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달러를 내다팔았던 은행권이 이날 장 막판에 매도달러를 되삼에 따라 막판 급등세를 키워 환율이 전고점을 넘어섰다.

전날 외환당국은 오전에 두차례 개입한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을 국유화할 것이란 소식으로 글로벌 달러의 약세 전망이 나왔고, 외환당국은 이를 본격 개입의 기회로 활용했다.


이번 개입은 일종의 '허 찌르기'에 가까웠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 선을 방어하기 위해서 쉽게 나설 수 없을 것"이란 시장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의 환방어 관련 경계감이 마감 7분전까지 이어지다 장 막판 허물어졌다"며 "역외로부터 강력한 달러 매수세가 마감 직전 집중돼 전고점을 뚫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윤증현 장관의 이날 발언이 시장에 묘한 영향을 줬다"며 "개입을 한다는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들었고, 장중 거래를 뜸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지난해 외환당국은 시종일관 '투명하게'(?) 환율목표치를 제시하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을 제공했다는 게 시장 평가다. 하지만 2기 경제팀은 지속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서는 한편 예상하지 않았던 때에 '기습'을 감행했다. 시장에서 "한국 외환당국이 예전처럼 녹록지 않다"(한 외환딜러)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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