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삼성 현대차가 한국 떠나는 날

머니투데이 유승호 부국장대우 겸 산업부장 2009.02.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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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삼성 현대차가 한국 떠나는 날


"머지않아 토요타, 캐논 등 그동안 효자노릇을 해온 기업들이 일본을 저버리게 될 것이다. 일본의 교육제도로는 세계를 좌지우지할 인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글로벌 프로페셔널'이란 저서에서 '토요타가 일본을 버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요타가 일본인만 고집하다가는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무조건 답을 암기하고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인간을 길러내는 일본 교육시스템'으로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더이상 공급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은 어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현대차 LG SK가 한국을 떠나야할 상황이 오지나 않을까. 수능성적을 잣대로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현실 속에 맨 앞줄의 아이들이 당장 취업하기 쉬운 학과로 몰리는 것을 보면 일본을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1997년 직접 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에세이집에서 한국의 교육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책에서 수학공식을 잘 외우는 사람보다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재가 기업에 필요한데 정작 현실의 교육은 영어단어나 수학공식을 잘 외우는 사람을 키우는데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애플컴퓨터 창시자로 미국의 성공신화인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스탠퍼드대 졸업축사를 보면 한국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는 졸업식장에 청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나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고졸 양부모가 대주는 학비가 부담스러워 대학을 자퇴했고 덕분(?)에 듣기 싫은 과목을 듣지 않고 좋아하는 서체과목에 흠뻑 빠져 청강생으로 지냈다고 털어놓는다. 친구 집 마루에서 자면서 콜라병을 팔아 끼니를 때웠지만 훗날 애플의 매킨토시서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했다. 4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매출 30조원짜리 회사는 이처럼 한 사람의 주도로 탄생했다.

그의 포기하지 않는 열정 못지않게 그에게 기회를 준 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졸 입양아가 허름한 창고에서 창업해 10년 만에 30조원 규모의 회사를 키워낸 것은 한 개인의 성취일 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승리라고 해석하고 싶다. 시험성적을 잣대로 한 줄로 세워 뒷줄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그가 있었을까.
 
그는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갈구하고 우직함을 잃지 마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충고로 졸업축사를 마무리한다. 그 말엔 "그렇게 했더니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더라"는 의미가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의 아이들에겐 "어리석게 어려운 일에 도전할 생각 말고 취업하기 힘든데 현실적으로 빨리 돈 벌 수 있는 길을 택해라"(Don't be hungry Don't be foolish)라고 많은 어른이 얘기해주고 있다. 이 말은 "끊임없이 갈구하고 우직하게 도전해봤자 받쳐줄 시스템이 없더라"는 말을 하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한국만큼 다음 세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나라도 드물다. 그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나 글로벌 기업을 떠나게 하는 교육시스템을 방치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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