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씨티銀 국유화, 악재? 호재?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2.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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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 방증...빠른 대응, 구조조정강도가 성공변수

미국 금융기관의 국유화 논란이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미 증시는 국유화 논란이 지속되면서 저점을 갱신해 가고 있는 반면 우리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전일 '국유화' 문제를 호재로 인식하며 강한 반등을 보였다.

하지만 미 정부가 국유화 논란 진화에 적극 나선 23일 뉴욕 금융주들은 반등했지만 이 소식을 접한 우리 금융주들은 24일 급락하고 있다.



미 금융기관의 국유화가 악재인지, 호재인지 혼돈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쉽게 생각하면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악재이지만 다른 나라의 투자자들에게는 '괜찮은' 소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이 '국유화' 논란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정부 돈의 투입은 기존 자본의 감자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은행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게 되고 고객들은 돈을 꺼내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뱅크런'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받아 국유화 됐던 은행들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로 순위가 매겨졌던 당시 은행들은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거의 전액 감자를 당했고 이들 은행 중 지금 자기 이름을 온전히 갖고 있는 은행은 하나도 없다. 미국 증시에서 국유화가 악재로 반영되고 있는 이유다.

반면 우리 증시 등 다른 나라에서 호재로 작용하는 이유는 국유화는 정부가 책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뱅크런과 같은 최악의 신용경색 사태는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금융회사 파산이 되풀이되지 않고 은행 파산이 불러올 뱅크 런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시장이 안도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유화가 우리 증시에도 온전한 호재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유화 이야기가 나온 것만으로도 그만큼 금융시장의 불안이 심각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취해왔던 각종 금융구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씨티그룹 국유화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라는 측면에서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기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과 논의됐던 배드뱅크가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유화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고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들이 만만치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서 진행된 미국과 영국의 국유화 결과가 신통치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책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국유화가 시행된 이후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80% 넘는 급락세를 보였고 미 증시는 추가적인 신용경색이 이어지면서 장단기 주가 부양에 실패했다. 또 지난해 10월 13일 국유화가 발표된 영국도 해당 종목의 급락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세도 단기적으론 확보되진 못했다.

스웨덴의 성공 모델이 거론되고 있지만 스웨덴도 국유화를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까지 2년의 과정이 필요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씨티그룹 등 거론되는 미국 대형 금융기관들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곽병열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책당국의 빠른 대응 속도와 구조조정 강도가 성공의 결정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금융주 국유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며 "예측보다는 정부의 시스템 안정노력과 이에 따른 시장의 반응을 관찰한 후 대응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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