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울고=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 달러화 사용국에 자녀를 유학보낸 가계는 울상이다. 두 자녀를 호주 멜버른으로 보낸 A은행의 김모 실장은 매일 원/달러 환율을 액셀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등록금을 송금하기 가장 좋은 때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3년 전 두 자녀를 캐나다 밴쿠버에 보낸 B은행의 이모 실장. 당시 800원대 중반이었던 원/캐나다 달러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2월에는 미 달러 환율과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환율에 웃고= 또 다른 은행의 Y부장은 사정이 다르다. 고교생 아들을 인도로 보낸 그는 루피화 직접 송금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현지로 송금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2년 전(939.5달러)에 비해 급등해 원화로 살 수 있는 달러 규모가 그만큼 줄었다. 하지만 1달러로 살 수 있는 루피화는 같은 기간 44.05루피에서 49.71루피로 늘어났다. 달러화 환차손이 루피화로 바꾸면서 일부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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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부장은 "중국 유학생도 달러로 송금을 받아 현지에서 위안화로 바꿔 써야 하는데, 달러에 대해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이에 비하면 인도 유학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첫째 딸은 한달 전 미국 유학시절 만난 일본인과 결혼했다. 일본 사돈은 결혼 비용에 보태라고 100만엔을 보내왔다. 환율이 100엔당 1500원을 넘어서 적지 않은 정성이 됐다.
◇"돌아오라 말하고 싶지만…."= "미국에 있는 아들이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해서 차마 말을 못 꺼냅니다." C은행 지점의 환전창구 직원이 전하는 한 유학생 부모의 심경이다. 일부 유학생은 예정보다 빨리 귀국하고 있다고 이 직원은 귀띔했다.
유학을 떠나려는 학생은 물론 송금액 규모도 크게 줄었다. 지금 환전하면 손해라고 판단해 최소한의 자금만 송금하는 이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D은행 직원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한꺼번에 5000달러에서 1만 달러를 보내는 부모들이 많았었는데, 최근에는 5000달러 이상 송금하는 유학생 부모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