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경쟁 시작되나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9.02.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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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기부채납+층수 인센티브' 모델 첫 시동…'제2의 렉스' 나올까

#2020년 서울 한강변 A아파트. 10여년만에 형의 집을 찾은 재미교포 리차드 정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52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의 모습이 장관이기 때문. 2009년 방문때만해도 한강변은 우중충한 아파트 병풍에 가로막혀 답답했다.

하지만 한강변 스카이라인은 10여년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빽빽했던 중저층 아파트들은 50층 안팎의 날렵한 고층 아파트로 변신했다. 시원한 바람길과 녹지축도 생겼다. 한강 공원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인다.



아파트 부지 일부를 시에 기부하고 층수 인센티브를 받는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용산구 이촌동 렉스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아파트 부지 25%를 기부하고 최고 56층짜리 초고층아파트를 짓는 내용의 건축심의 변경안에 동의한 것. 이 단지는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첫 사업으로 향후 압구정동, 여의도 등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모델로 활용될 전망이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첫 시동=렉스아파트는 당초 최고 35층으로 높이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시가 부지 25%를 기부채납하면 층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사업모델을 제시했고 조합이 이를 전격 수용해 사업이 진행됐다. 새 아파트는 26·41·56층 3개동 총 508가구(임대주택 48가구 포함)로 건립된다. 시에 기부한 부지는 한강시민공원과 연결되는 공공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렉스아파트가 재건축 시동을 건 만큼 한강변 3종 일반주거지역 노후 재건축단지들도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될 가능성이 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 추진 또는 준비 중인 한강변 아파트는 17개 단지, 1만4000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통합개발 방식으로 재건축되는 단지까지 합하면 40개 단지, 3만여가구가 초고층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렉스아파트의 바통을 이어받을 대표 주자는 압구정지구. 지난 2005년 최고 60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다 시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중단됐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초고층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압구정지구는 한남대교 남단∼성수대교 남단 일대 아파트(라이프미성·신현대·구현대·한양)를 묶어 개발될 예정이다. 기부채납 비율 26~30%를 적용, 50층 안팎으로 층수를 높여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의도지구는 주거지역 아파트 1∼4주구를 상업지역으로 변경 추진된다. 한강변 시범아파트와 대교·삼부·미성·광장 등은 통합 재건축할 방침이다. 주거용 아파트는 최고 50층, 평균 40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된다.

한강대교와 반포대교 사이 이촌지구에선 왕궁·한강맨션·강변·삼익·시범 등 중소 단지가 초고층 재건축 대상이다. 이들 단지의 기부채납 비율은 렉스아파트와 같은 25% 선이다.

◇'제2의 렉스' 등장 늦어질 수도=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제시한 통합 재건축 방식이 한강변 초고층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같은 단지 조합원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여러 단지를 통합 개발하려면 의견 조율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재건축 사업은 사업부지나 조합원수에 따라 아파트 면적, 추가분담금 등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만큼 해당 조합원간 동의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 사업에 그동안 재건축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 등이 포함되면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부지를 무조건 기부채납하기보다는 단지 저층부나 상층부에 문화·공연·상업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단순히 한강 연결통로만 만들기보다는 단지 입지에 따라 부지 기부채납과 단지내 공공시설 조성 방식을 적절히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본 도쿄 미드타운처럼 저층부에 공공시설을 만들면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명소로 부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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