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환율, 급락 위험에도 대비해야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2009.02.25 09:11
글자크기
높아진 환율, 급락 위험에도 대비해야


원화 환율의 오름세가 가파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동유럽 국가들의 연쇄부도 우려가 고조되면서 서유럽 은행들의 추가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자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다시금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이른바 레버리지 축소에 나서고 있다.



또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감, 우리 나라의 수출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불안한 움직임마저 가세해 원화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환율이 좁게는 외환시장에서 외화의 수요와 공급 관계에 의해 결정되지만, 넓게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포함,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변수가 작용한 종합적인 결과이다.



이렇게 본다면 환율상승은 우리경제 전반의 불안정성 증가를 의미하며, 반대로 그것이 하향 안정된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대내외적인 믿음이 증가하면서 다시 안정궤도로 돌아온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현재 환율 상승 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고 물가나 금융안정 등 여러 측면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환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우리 경제에 축복으로만 다가올 것인가라는 의문도 남는다. 높은 환율 수준이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를 그나마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전기 대비 -5.6% 성장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내수도 마찬가지지만 지난 수년간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이 크게 줄어든 데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일본, 대만 등 이웃 경쟁국에 비해서는 감소율이 낮고 중간집계 결과 2월의 수출은 근소하나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의 경제안정화 효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환율을 전망한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오르기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고, 그 시기 또한 국내외 실물경제 회복보다 먼저 안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달러 당 1,500원 대의 환율이 당장 올해 2분기나 하반기 들어 1,000원 대 혹은 1,100원 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경제 침체의 장기화로 우리 나라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안정세에 힘입어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출의 환율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 또한 늦어지게 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의 실적악화 또한 우려된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지만 지난해 4분기까지를 보면 같은 업종의 글로벌 경쟁기업들에 비해서는 매출과 수익 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나타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양호한 실적이 기업들의 혁신과 생산성 증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높아진 환율에 힘입은 바가 절대적으로 컸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한다면 우리 나라 기업들의 매출은 두 자리 수의 감소율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대기업들마저 성과가 급격히 나빠진다면 경기의 추가적 악화와 관련 기업의 연쇄 파산 및 실업자의 급증과 같은 매우 우울한 결과가 예상된다.

환율은 안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환율 불안은 대내외 제반 경제활동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소비와 투자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옥죄는 불안요인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율 안정에는 일정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즉 원화 절상에는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혁신, 구조조정 등을 통한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의 체질 강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단순히 국제금융상황이나 북한문제 호전 등 주변 여건의 개선에만 의존해 환율이 하락한다면 그것은 절반의 안정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