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헤지거래가 초래한 시장붕괴

허필석 마이다스에셋 주식본부장 2009.02.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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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 인사이트 ]

파생상품 헤지거래가 초래한 시장붕괴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각국 정부의 공격적인 구제금융투입과 경기부양책 등 전방위 정책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끝을 알 수 없는 각국 은행들의 부실 확대로 인해 2차 금융위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주식시장도 연초의 반짝 랠리를 접고 하락세가 진행중이다. 금융 위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전반적인 시장 참여자의 위험회피성향이 커지게 되어, 한국 같은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주요 신용위험 지표들도 덩달아 악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의 CDS스프레드가 450bp 수준까지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부실 규모가 추정이 안 된다는데 있고, 그 배경에는 2000년 이후 금융시장의 버블 형성국면에서 금융공학을 활용한 첨단 파생금융상품의 경쟁적인 확대재생산이 존재한다.

통상 금융공학에서는 파생상품을 이용한 헤지 즉 리스크 관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전체의 균형이 아닌 특정주체 내지는 특정그룹 내에서만 적용되는 부분 균형을 갖는다고 얘기한다. 부연하면, 특정주체가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자체 위험노출을 줄일 때, 그 원래의 위험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가’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시장 내의 한 두 주체가 이런 플레이를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가 유행처럼 너도나도 비슷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했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애초의 위험을 받아줄 수 있는 시장 내의 버퍼가 줄어들게 되고, 종국에 가서는 시장 전체가 버블 붕괴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시장의 유행처럼 너도 나도 특정 금융기법을 사용해서 돈을 벌겠다고 달려들었던 경우마다 끝이 좋지 않았던 경험들을 회고해 볼 수 있다.

LTCM사태 때의 채권 신용 스프레드를 활용한 금융파생상품,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한국에서의 원/달러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한 KIKO같은 것들이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의 행태는 ‘지렛대를 이용한 원숭이의 바나나 따먹기’라는 우화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렛대의 한쪽 끝에 원숭이 10마리가 놀고 있고, 나무 높은 곳에 바나나들이 열려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한 용감하고 약삭빠른 원숭이가 지렛대를 타고 반대편으로 올라가서 쉽게 바나나를 따먹었다. 이를 본 두번째, 세번째 원숭이가 역시 똑 같은 방식으로 바나나를 먹게 된다. 나머지 원숭이들이 뒤늦게 우르르 지렛대로 올라가게 되는 순간에 지렛대는 반대편으로 기울게 되어 바나나 획득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앞서 언급한 특정 파생상품 활용이 집단화될 경우의 시장 실패를 비유하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 우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끝까지 움직이지 않던 마지막 한마리는 지렛대가 반대로 기우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가만히 있다가 바나나를 먹게되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 마지막 원숭이는 실제 시장에서는 바나나를 얻기 전에 이미 조직에서 해고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 는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새겨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시장이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흘러갈 조짐이 보일 때,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이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각 금융기관들도 내부적인 리스크 관리 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위험 상황에 대한 인식과 통찰력이 필요하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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