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스템 완비? "엮어야 똑똑해지죠"

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정리=성연광 기자 2009.02.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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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이휘성 한국IBM 사장..'스마터플래닛' 사업집중

ⓒ홍봉진 기자 honggga@ⓒ홍봉진 기자 honggga@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구슬은 가치가 없지만 꿰면 보배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담긴 속담이다. '가치' 있는 제품에 소비자는 지갑을 열고, 사람들은 '가치' 있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기업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려고 애쓴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48) 역시 '가치 있는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 사람이다. "물건 자체는 가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물건을 얼마나 가치 있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고객에게 물건을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물건을 파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죠."



이 사장은 25년간 한국IBM에 몸담으면서 단 한번도 이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가치'는 바로 신뢰로 연결되기 때문이란다. 최근 IBM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넘어설 새로운 정보기술(IT) 아젠다로 소개한 '스마터플래닛'(Smarter Planet) 역시 가치를 실현하는 토털솔루션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스마터플래닛'은 한마디로 똑똑한 IT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죠. IT로 도로마다 있는 신호등만 잘 조절해도 교통체증을 해소할 수 있고, 모든 병원의 전산망만 연동하면 똑같은 진료를 병원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투자하는 사회간접자본(SOC)에도 '스마터플래닛' 개념을 접목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쟁력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장의 '스마터플래닛' 설명은 끝없이 이어진다. 첨단 IT와 지능화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기업과 사회시스템에 '똑똑함'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새 이 사장은 '스마터플래닛'의 가치를 전달하는 전도사가 돼 있었다.

ⓒ홍봉진 기자 honggga@ⓒ홍봉진 기자 honggga@
―'스마터플래닛'은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가요.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거와 달리 경제·사회·기술 면에서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위기 때처럼 한 곳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지구 반대편까지 연쇄적으로 위기가 닥치는 것처럼 말이죠.


반면 지구 한쪽에선 8억명이 기아로 허덕이고, 다른 한쪽에선 음식물 쓰레기로 고통받는 등 비효율적인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된 IT를 교통·식품유통·수자원보존·의료시스템·에너지 등 모든 공공과 민간영역에 적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지죠. 비효율적 요소가 똑똑한 IT시스템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가나 사회도 '스마터플래닛'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을 할 수 있고요.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가령 스웨덴 스톡홀름시가 지능형 트래픽 교통시스템을 도입한 뒤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교통혼잡도가 20% 줄고, 오염배출도 12%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철강회사가 지능형시스템을 도입한 뒤 후판을 자를 때 쓰레기로 처리되는 철강 폐자재가 1%가량 줄어든 사례도 있습니다. 비용절감 효과로 따지면 1년에 무려 몇 천억원 규모죠.



금융위기가 초래된 것도 금융 위기관리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었지만 분산된 위험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게 결정적이었죠. 만약 현재 분산돼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연동해 위험을 추적하는 '똑똑한'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리스크 관리가 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스마트시스템을 도입할 곳은 무궁무진하죠. 가령 보험회사에 연령·관계·보험가입시기 등 보험금 청구유형을 패턴별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보험금의 부당청구 지급률도 크게 낮출 수 있겠죠.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정부에도 '스마터플래닛' 도입을 적극 제안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정부만큼 전자민원서비스가 잘 구축된 곳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용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시스템이 똑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산된 다양한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국민들은 훨씬 더 많이 이용할 것입니다. 또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이나 '저탄소 녹색성장' 등 국가 기반사업도 똑똑한 IT를 접목한다면, 분명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 위기상황을 기회로 삼자는 얘기죠. 의료나 복지분야 등에도 '스마터플래닛'이 도입된다면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겁니다.

―일각에선 '스마터플래닛'이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 일종의 마케팅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기업이나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해온 정보화사업도 사실 똑똑해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죠. 그러나 이들 시스템의 연계가 부족하고, 파편화돼 있다보니 결국 금융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가 야기되는 것입니다.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회사나 정부의 힘만으로 불가능하고 각 이해당사자, 혹은 전 구성원의 활발한 의사소통과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보다 통합되고 지능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이것이 일반 정보시스템과 스마트시스템이 다른 점이죠.

국내에 '똑똑한 대한민국' 건설을 목표로 '스마터플래닛' 전문 커뮤니티를 개설할 생각입니다. 스마트시스템에 대한 각계각층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용도로 말이죠.



ⓒ홍봉진 기자 honggga@ⓒ홍봉진 기자 honggga@
―경기침체로 올해 IT시장이 어렵습니다. 올해 한국IBM의 경영전략은 어떻습니까

▶어려울수록 '핵심'에 집중해야 합니다. 올해 고객들에게 제품보다는 '가치'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그것이 종합솔루션을 갖춘 한국IBM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핵심'이기 때문이죠.

또한 경기불황과 맞물려 고객들의 비용을 줄여주는 아웃소싱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교통·보건·에너지·유통망과 금융시스템 등 다양한 SOC 영역에 스마트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솔루션을 적극 제안할 계획입니다.



―IBM을 포함한 글로벌기업들의 대대적인 인력감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IBM도 영향을 받나요.

▶한국은 글로벌시장에서도 성장시장으로 분류됩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게 인적자원입니다. 본사 또한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IBM은 (매년 그래왔듯이) 올해도 5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습니다. 그건 IMF체제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IBM은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글로벌기업 1순위입니다. 이를 거르게 된다면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신입사원 채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일자리 나누기 문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사례로 비쳐집니다만.

▶일자리 창출은 사실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정부가 행정인턴제를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당장의 일자리 공간보다 어떤 일을 줄 것이냐가 더욱 중요한 과제일 겁니다.

IT 전공자들이 단순 행정업무 대신 스마트시스템 관련 아이디어를 내거나 개발하는 업무에 투입된다면 기관의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당사자의 장래에도 더욱 도움을 주지 않을까요.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IBM도 회사 차원에서 이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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