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파문' 확산…정보공개까지 타격받나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02.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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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허위 보고한 '임실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임실 외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교육당국의 신뢰도도 동반 추락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 가운데 하나인 학교정보 공개도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기 전까지는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작 의혹 전국으로 확산 = 지난 18일 전북 임실에서 '기초학력미달' 학생수 허위보고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틀 만에 대구와 충남 공주에서도 똑같은 사례가 확인됐다.

대구에 있는 2개 초등학교는 기초학력 미달자를 축소 보고했고 공주의 한 중학교도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부산과 서울에서도 성적 조작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아 조사 중이어서 교육당국의 재조사와 함께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지역에서 누락 사실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파문의 진원지인 임실에서는 담당 장학사가 관할 초등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학생수를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학업성취도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힘받는 '일제고사 폐지론' = '성적조작' 논란이 확산되면서 그 동안 가라앉았던 '일제고사 폐지론'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와 평등교육학부모회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서울 시민모임'은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진단평가일에 체험학습을 실시하기로 하고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진단평가는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생 전체가 보는 시험으로 지난해에는 학년에 따라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별도로 치렀지만 올해는 교과부가 통합해 실시한다.

평등교육학부모회는 평가 당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사찰로 체험학습을 떠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거부하기로 했다.

서울 동부지역 전교조와 민주노동당 지회 및 학부모들로 구성된 '일제고사와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동부지역대책위원회'도 평가 당일 경기도 양평의 한 생태농장을 방문하기로 하고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전교조 서울지부 또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소속 교사 8명이 중징계를 받았지만 학부모들에게 평가의 부당함을 알리는 투쟁을 계속 벌인다는 방침이다.

◇교과부, 피할 수 없는 책임 =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수조사 학력평가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평가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전면 재조사 및 16개 시·도교육청에 대한 감사 계획을 밝혀놓은 상태다.

교과부는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파문 자체가 교과부의 그릇된 상황 판단에서 초래됐다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험을 치를 때만 해도 교과부는 전수조사를 실시하되 평가결과는 기존 방식대로 일부만 표집해 공개하겠다는 전제 하에 시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12월 성적공개 방식이 전수 공개로 갑자기 바뀌었고 시험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은 학교와 교육청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성적 부풀리기'는 교과부 스스로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단체의 한 관계자는 "안병만 장관이 교과부 조직장악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넘쳤고 여기에 이주호 차관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럼에도 일선 학교와 교육청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꼴불견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정보공개 어디로= '성적조작' 논란이 겉잡을 수없이 확산되면서 '일제고사 폐지'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보공개는 자율과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이라는 측면에서 쉽사리 양보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가 허울뿐인 평준화에 매달려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유일한 수단으로 정보공개를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시스템 보완을 통해 평가의 신뢰도를 회복한 후 정책을 예정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교과부 관계자는 "부분 재조사가 아니라 전면 재조사를 결정했고, 시도교육청에 대한 감사계획까지 밝혔기 때문에 평가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며 "다시 표집조사로 돌아가거나 시험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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