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보면 조직문화가 보인다

이종학 ㈜솔루션 컨설턴트 2009.02.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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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관리 A to Z]조직원과 기업문화

얼마 전 한 회사의 직원 2명을 오전과 오후에 각각 인터뷰한 일이 있었다. 2명 모두 30대 초중반의 남자 후보자였다. 일반적으로 입사 후 3~5년 차는 회사의 구조나 생리 등 사회생활 전반에 대해 기본 정보를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정신없이 바쁜 시기다.

하지만 2명의 후보자를 처음 맞는 인터뷰실에 들어서는 순간의 첫 느낌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동네 슈퍼마켓에 물건 사러가거나, 가족들과 나들이하는 듯한 평범한 옷차림에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인터뷰가 시작됐다. 인터뷰 과정에서는 서류상에 기재된 이런저런 정보들을 확인하는 절차도 중요하지만, 서류 외적인 부분에 대해 폭넓게 확인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인상은 좋아보였다.

하지만 후보자들에게서 의욕적인 태도와 도전의식을 찾고 싶었던 필자로서는 이들과의 인터뷰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지난 4년간의 경력이 없다는 가정하에 새롭게 시작한다면 어떤 종류의 직업을 선택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에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대답을 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요? … 그냥 해왔던 일이니까 편하게 그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습니다."



영어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을은 몇 마디 질문에 답을 하다 말고 한참을 쉬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이거 못 하겠어요."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발음이나 언어구사 능력을 보았을 때 그의 영어능력은 오히려 보통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자기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냥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필자는 "영어 인터뷰에 대한 준비가 좀 덜되어 있으신 것 같은데, 만약 다음주 초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드린다면 본인의 능력을 다시 보여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라고 어렵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다시 한 번 나를 실망시켰다. 그는 미안한 웃음을 흘리며 "아니오, 그냥 이 포지션 포기할래요"라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기간을 근무한 2명의 후보자는 결국 둘 다 이직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경력관리에 있어 두 사람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선은 차별화의 실패를 들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서울소재 4년제 대학에서 제2외국어를 전공으로 학업에 충실했으며 영어도 토익 1, 2등급의 수준을 유지할 만큼 열심이었다. 두 사람의 전공어는 한때 열풍이 불만큼 희소가치가 있으며, 현재도 여전히 시장성은 있다고 판단되는 언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전공의 가치를 충분히 살려 자신만의 무기로 특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그저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 만족하며 지냈다.

두 번째로는 자신의 경력 관리에 좀더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인터뷰 중 '을'이 말했다. "어디든 가고 싶습니다." 본인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극명한 발언이다. 어디든 가고 싶은 후보자는 어디도 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컨설턴트로서 필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력서를 검토한다. 가끔 '이 사람은 왜 이 시기에 이런 경험을 하였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전체적인 경력을 놓고 봤을 때 전혀 도움되지 않는, 오히려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경험을 한 사례도 보게 된다.

지금 당장 발등의 불이라 어디든 들어가 급한 불을 끄고 싶은 심정이야 백분 공감하지만, 한 호흡 깊이 들이쉬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전체적인 큰 그림을 놓고 본다면 취해야 할지 버려야 할지 판단이 서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지적하고 싶은 점은 자신감 결여다. 한창 열심히 일할 수 있고 또 일해야 하는 나이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경제적인 상황으로 회사가 정리되고 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느끼는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는 이해된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기왕지사 이렇게 된 일 떨치고 깨쳐 일어서는 수밖에. 두 사람의 자신감 결여는 일차적으로는 본인들의 근본적인 성격상의 문제이겠지만 이외의 다른 이유는 없을까?

필자는 이 두 사람이 지난 4년 이상을 첫 직장으로 근무했던 조직문화에서도 일부 원인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회사가 있고 이 회사의 수(數)만큼이나 다양한 기업문화가 존재한다.

외국인투자법인다운 외투법인, 국내 기업만도 못한 외투법인, 외투법인보다 더 당당한 국내법인 등등 각각의 회사는 그 회사의 이념이나 경영철학, 조직원 구성 상황이나 대내외 시장상황 등 각각의 외부 요인에 따라 독특한 기업문화를 지닌다. 도전과 실험정신을 높이 사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교훈을 가르치는 기업도 있다.



결국 기업의 문화를 결정하는 판단과 선택은 경영진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구성원 개개인의 집합적인 몫이다. 어쨌거나 조직원들 개개인의 자신감을 축소시키는 기업문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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