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임실 기적'…학업성취 신뢰 '추락'(상보)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02.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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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교육청이 '기초학력미달' 학생수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후속 보완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안병만 교유과학기술부 장관은 19일 "평가와 채점 집계 과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달자 6명 추가 확인…9명으로 늘어 = 지난 16일 발표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전북 임실은 초등학생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돼 '임실의 기적', '임실 신화' 등으로 불리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지역 교육·시민단체들에 의해 성적 조작 의혹이 제기돼 임실교육청과 전북교육청에서 재검토 작업을 벌인 결과 기초학력 미달자가 추가 확인되면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날 "임실 지역의 전체 15개 초등학교의 답안을 재조사한 결과 미달생이 애초 3명으로 발표됐지만 실제 6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임실교육청이 1월 6일 14개 학교에 전화를 해 미달생 현황을 파악했는데 3개 학교 교사들이 미달생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0명'으로 보고했다"며 "이후 공식 문서를 통해 미달학생이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담당자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 상급 기관에 수정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시민단체들은 "1차 보고시점부터 2월 16일 교과부의 발표까지 보고내용을 수정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며 "그럼에도 외부단체에 의해 의혹이 밝혀지기까지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고의적인 조작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고된 사고"…보완책 시급 = 이처럼 학업성취도 신뢰도가 추락한 것은 기초적인 채점 및 성적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상 최초로 실시된 전국단위 평가였지만 채점은 전국 단위로 이뤄지지 않고 단위 학교별로 진행됐다. 2007년까지는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였기 때문에 교육과정평가원이 일괄적으로 채점할 수 있었지만 전국 학생으로 확대되면서 일괄 채점이 불가능해 진 것.

결국 전국의 5% 학생만 평가원이 채점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각 학교 또는 지역교육청이 채점을 맡는 불완전한 형태로 채점이 진행됐다.

단위 학교가 자체적으로 채점을 하고 별다른 검증 과정 없이 지역교육청에 일방적으로 보고했기 때문에 '임실 사고'는 예고된 사고라는 말까지 나온다.

더군다나 보고 누락 사례가 임실교육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까지 확인될 경우 학업성취도 평가의 신뢰도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에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현장 실사를 실시하고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과부는 일부 학교에서 시험 거부 또는 백지 답안 제출 사태가 발생해 시험 결과 분석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 1월말부터 2월초에 걸쳐 현장 실사를 벌인 바 있다.

◇안병만 교육, "학업성취도 시스템 전면 재검토"= 논란이 커지자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이날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평가와 채점 집계 과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올 하반기에는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기초학력 미달 밀집학교가 어디이고 어떻게 지원을 하느냐가 초점"이라며 "그걸 찾는데 도움이 된다면 전체적으로 다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이 시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학업성적이 미진한 학생들이 밀집한 학교에 대해 지원을 해 빠른 시일 내에 기초학력 후진을 면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면서 "기초학력 미달학생 밀집학교를 선정하는 데 있어 철저성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현재 선정된 1200개 밀집 학교에 대해 재점검 실사를 실시, 정말 밀집학교가 맞는지 최종 판단한 뒤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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