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두환 비자금' 등 드러날까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2.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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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통 스위스 은행 비밀 유지조항 깨졌다

400년간 이어져온 스위스 은행의 비밀 금고 전통이 깨졌다.

이에따라 그동안 '박정희 비자금', '전두환 자금' 등 각종 괴소문으로 떠돌던 정, 재계 거물들의 해외도피 은닉자금의 진위 파악도 향후 가능할 지 관심을 모은다.

19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미 법무부와 국세청(IRS)의 압력에 굴복,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 고객의 신상 및 계좌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UBS는 기소전 합의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250명의 계좌 정보를 미국에 제출하고 벌금으로 7억8000만달러를 지급키로 했다.

미 관계 당국은 UBS가 비밀 계좌 개설을 통해 미국 부유층이 자산을 은닉하는 것을 돕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년 3억달러 규모의 탈세가 이뤄진다고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



UBS는 심지어 미국 현지에서 스위스 은행의 비밀 유지 전통을 들어 IRS에 알릴 필요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객을 유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UBS는 현재 2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고객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UBS의 이러한 조치는 그동안 굳게 닫혔던 스위스은행들의 비밀 금고가 처음으로 열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위스은행의 비밀 유지 관행은 17세기부터 시작됐다. 종교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이주해온 프랑스 위그노 신자들이 모국의 고객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은행업을 하며 전통은 시작됐다.


이후 1930년대 독일 나치정권이 중립국인 스위스의 은행들에 대해 유태인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하자 스위스 의회는 아예 비밀주의 원칙과 관행을 입법화해 명문화했다.

이에따라 스위스 정치권 등지에서는 UBS의 정보공개가 스위스 은행 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 고객들도 정보를 공개할 경우 자금을 다른 조세회피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피터 쿠렐 UBS 회장은 성명을 통해 "UBS는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UBS의 고객 비밀 보호 조항은 사기 행위를 한 고객들과 이를 악용하는 고객들을 따로 구분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금융감독 당국도 성명을 통해 UBS의 공개 조치 조항을 환영하며, 이번 조치가 UBS의 형사 고발을 피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이번 UBS의 정보 공개는 미 사법당국과의 형사 합의에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IRS가 제기한 민사 소송이 또 계류 중이어서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정보 공개 소환장이 조만간 발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UBS는 IRS가 탈세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1만9000명에 달하는 고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한편 400년을 지켜온 스위스은행들의 비밀 유지 관행이 일단 깨지며 이를 선례로, 탈세 및 비자금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국 정부들의 비밀 공개 요청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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