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인수전 '5억달러의 간극'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9.02.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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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파는 쪽은 최소 20억 달러 이상 받기를 원한다. 반면 사는 쪽은 15억 달러도 비싸다는 입장이다. 양측 간의 5억 달러 간극은 현재 환율로 7300억원이 넘는다.

상황에 따라 이 간극은 더 벌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좁혀질 수도 있다. 수십억 달러가 걸린 오비맥주 인수합병(M&A) 전은 이미 시작됐다.



오비맥주 매각 자문사인 JP모건 홍콩사무소가 18일 오비맥주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마감한다. 비밀유지약정 탓에 어떤 업체들이 도전장을 냈는지는 베일에 가려질 전망이다.

오비맥주 매각은 국내 주류업계 판도를 뒤바꿀 수 있기 때문에 시장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 맥주업계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오비맥주는 벨기에에 본사를 둔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이하 인베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인베브는 지난해 버드와이저로 잘 알려진 미국 맥주회사 안호이저 부시를 520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오비맥주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예비입찰은 '사전 탐색'..본 입찰 3월중순
인베브의 이번 예비입찰은 본 입찰(3월중순)을 앞두고 일종의 '떠보기'라는 시각이 많다. 오비맥주 인수에 어떤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 M&A 열기는 어느 정도 뜨거울 것인지 측정해보겠다는 의도다. 일부에서는 "인베브가 이번 입찰을 통해 인수 의지가 낮은 후보자 몇 곳을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 희망자들도 이번 입찰에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입찰에서는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쓰고 상황을 지켜보며 개별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점에서 이번 입찰은 '통과의례'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본 입찰이 남아있기 때문에 인수 대상자 선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수 조원의 거래를 앞두고 패를 먼저 보이지 않으려는 신경전이다.

오비맥주 인수전은 크게 4파전 양상을 띨 수 있다. 예상 입찰 참여자들은 외국계 사모펀드와 외국계 기업, 국내 사모펀드와 국내 기업으로 나뉜다. 외국계 사모펀드의 경우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 블랙스톤을 비롯해 칼라일,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오크지프 캐피탈, 어피니티에쿼스파트너스 등이 입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외국계 기업은 밀러 맥주를 생산하는 SAB밀러와 하이네캔, 아사히맥주 등이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MBK 등 두산주류 인수전에 참여했던 국내 펀드도 오비맥주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롯데그룹 참여 기정사실..매각금액 신경전
이번 M&A의 최대 관심사는 롯데그룹 참여 여부다. 롯데그룹은 이미 두산주류를 인수해 소주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는 롯데그룹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오비맥주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지난해 말 두산주류 인수는 오비맥주 인수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며 "롯데의 오비맥주 인수전 참여는 기정사실이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도 오비맥주 인수전 참여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주류 제조면허 탓에 오비맥주 인수 이외에는 맥주시장을 장악할 방법이 딱히 없다.



이번 예비입찰에서 인수 희망자들이 인수가격을 어느 정도로 써낼 지도 관심사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오비맥주 예상 매각가격은 15억∼20억 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기 상황 등을 볼 때 매각가격이 의외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인베브는 오비맥주 지분 100%를 지난 1998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총 9800억원(매입시 환율 기준 7억6000만 달러) 정도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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