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건설사 채권단 못 믿겠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2.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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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B등급 건설사 어음 명동서 유통

- 자동차 부품 업체 융통어음 등장
- 지방 사채업자들, 중앙 진출 모색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에 대한 명동의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우량등급 건설사들의 어음이 지속적으로 명동시장에 출현하는 탓이다.

◇우량건설사 어음 유통=지난달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건설사들의 어음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꾸준히 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B등급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들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이나 퇴출대상인 D등급보다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곳이다.



그러나 B등급 건설사의 어음 유통이 계속되자 채권단에 대한 명동의 불신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우량한 건설사로 판정받은 건설사들의 어음이 명동에 나타난 것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물론 거래은행조차 채권단의 평가를 믿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때문이다.

현재 명동에선 B등급 건설사 중 A사와 B사의 진성어음과 C사의 융통어음이 5억~15억원 단위로 유통된다. 명동 관계자는 "이전부터 신용위험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일부 업체가 채권단에 로비를 해 B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실제로 B등급사의 어음이 명동시장에 나타나자 이같은 소문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자동차 부품업체 D사의 융통어음 50여장이 명동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건설사에 이어 자동차 부품업체의 융통어음마저 등장하자 명동에선 실물경기 침체를 실감하겠다는 표정이다.

명동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융통어음이 명동시장에 등장한 것은 금융권에서 시작된 위기가 전업종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방업자 중앙진출=지방 사채업자들 중 상당수가 서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들의 감사보고서 보고가 완료되는 2월말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상환이 본격화돼 자금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 사채업체들이 최근 연체율 증가로 대출기준을 강화한 상황에서 서울에 진출하면 대출을 거부당한 업체나 개인 등 틈새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명동 관계자는 "최근 지방 업자들로부터 명동 내 사무실을 찾는 문의가 계속 들어왔다"며 "그간 중앙 진출을 노리던 지방 업자들이 서울 사채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지금을 적기로 보는 것같다"고 말했다.
"명동, 건설사 채권단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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