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주장처럼 사실 KT와 KTF가 합병하면 망쏠림현상은 매우 심해진다. '합병 KT'는 유선망에 이어 무선망까지 보유하기 때문에 '유선전화+이동전화+인터넷+유료방송' 4가지 묶음(결합)상품을 단일법인에서 통합서비스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 될 터이니 말이다.
SK계열 통신사나 LG계열 통신사들도 관계사와 협력하에 '4가지 묶음상품'(쿼드러블플레이서비스:QPS)을 판매할 수는 있지만 단일 법인에서 통합서비스를 할 수 없는데 따른 한계는 분명 있다. 이동통신사업 자체가 아예 없는 SO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는 능사가 아닐 듯싶다.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처럼 유선과 무선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 AT&T나 버라이존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미국 통신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두 회사는 인수·합병(M&A)으로 QPS를 실현하고 있다. KT 역시 한계에 직면한 성장을 KTF 합병을 통해 돌파하려는 것이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AT&T와 버라이존은 모두 유·무선망을 갖춘 상태에서 경쟁하지만 우리나라는 '합병 KT' 외에 유선과 무선망을 가진 업체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KT는 지금 유선망뿐인데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전국 도서산간벽지까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KT의 관로는 무려 11만㎞에 달한다. 이는 유선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보다 35배 길다.
2002년 정부는 망 불균형 해소를 위해 KT 필수설비(관로·전주)를 경쟁사들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가입자선로 공동활용'(LLU)제도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KT는 11만㎞에 달하는 관로 가운데 겨우 700㎞ 정도만 임대한다. 임대비율이 전체의 0.6% 수준이다. KT보다 관로길이가 턱없이 작은 SK브로드밴드도 전체 관로의 54%에 달하는 1800㎞를 임대하는 것과 비교된다. 전봇대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전봇대의 75%를 임대하지만 KT는 4.2%만 한다.
문제는 이런 불균형이 QPS 경쟁력을 좌우하는 광가입자망(FTTH)에도 그대로 전이된다는 데 있다. FTTH망은 결국 전화망이 진화한 것이다. 인터넷TV나 인터넷전화 경쟁력도 FTTH 경쟁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망 불균형 해소'는 KT·KTF 합병심사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이슈인 것이다. 대학생과 초등학생을 100m 달리기시합을 시킬 수 없는 것처럼 이번 기회가 그간의 망 불균형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합병을 인가한 정부가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