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제안, 자금조달·자산평가 등 구체성 결여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2.1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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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전문가 반응...가이트너 "신중하게 접근, 추후발표"

10일 발표된 미국의 금융구제안에 대해 경제전문가들과 월가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발표 직후 다우지수 하락폭이 300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된 것도 이같은 반응을 상징한다. CNBC 방송이 구제안 발표 직후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구제안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65%를 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최소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막대한 구제안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이나 운영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공식 발표에 앞서 티머시 가이트너 장관으로부터 구제안을 보고받은 미 의회 의원들도 구체성이 결여된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우선, 최대 1조달러의 '민-관 투자펀드(Public-Private Investment Fund)를 설립, 은행권 부실자산을 매입하겠다는 방안에도 불구, 부실자산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당초 부실자산을 '적정한 가격'으로 매입하기 위해 시가평가제(Mark to market)를 유보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무부는 자료에서 '민간 투자자들이 가치를 평가한다'고만 밝혔다.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 2차분 3500억달러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발행 확대 외에 금융구제안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결여돼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금융구제안을 실행하는데 얼마의 자금이 소요될지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로서는 의회에 추가 공적자금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차압위기에 놓은 주택소유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5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은 추후로 미뤘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와 관련, 구제안 발표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구제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자금조달 등 구체안이 확정되면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도 "정부가 주택 압류를 막는데 실패할 것이며, 누가 부실 자산을 매입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구제계획의 성공 전망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스티글리츠는 "금융기업들은 대출자들이 제때 갚지 못한 주택 대출을 다시 재협상하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받지 못했으며, 정부는 대출 확대에 너무 많은 위험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위기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정부의 구제안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러셀자산운용의 선임 투자전략가 스티븐 우드는 "가이트너 장관은 새로운 정보를 충분히 내놓지 않았으며 거대한 구상에 비해 내용물은 별로 볼게 없었다"고 증시의 부정적인 반응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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