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한국먼저 비준하면 굴욕?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09.02.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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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한미FTA 국회비준관련 한나라당과 간담회'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한국이 먼저 비준하면 굴욕적이지 않나. 재협상을 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할까. FTA체결 이후 피해산업에 대한 구제는 어떻게 할까"

한국무역협회는 10일 삼성동 무역센터 대회의실에서 '한미FTA 비준촉구를 위한 한나라당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엔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을 비롯한 무역업계 고위 임원과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을 비롯해 정옥임·구상찬·조윤석 의원, 정부측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 본부장이 참석했다.



황진하 의원은 "한미FTA는 군사위주의 한미동맹에서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을 아우르는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란 큰 시장을 개척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조기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제기된 가장 큰 문제는 '한미FTA를 한국이 먼저 비준을 해야 하는 이유'였다. 미국 의회에 앞서 비준을 하면 굴욕적일 수 있고, 미국 의회가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미FTA를 먼저 비준하면 굴욕?=김종훈 본부장은 한국과 미국의 국내 정치상황을 비교해 한국내 비준이 먼저라고 역설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FTA는 국제 협상을 끝내고 국내절차가 남아있다"며 "미국은 이행법안 강화로 국회비준만 받으면 끝이지만 한국은 비준 외에 몇가지 법률 개정을 병행해야 돼 물리적인 처리 시간이 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바마 정부는 출범한지 한달이 됐지만 이명박정부는 2년차, 한국국회는 구성된 지 9개월이 지났다"며 "한국이 움직일 여지가 많은 만큼 먼저 비준을 하는 낫다"고 강조했다.


이경태 무역연구원 원장은 "한미간 FTA협상은 균형잡힌 결과물로 재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 비준을 해 재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인구 동원F&B 부회장도 "FTA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미국이 다른나라와 FTA를 체결하기 전에 먼저 해야 효과가 크다"며 "한국 국회가 비준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가 비준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미국 의회를 압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협상은 한국에 불리=김종훈 본부장은 "일부 의원은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으니 기다리자고 하면서 재협상을 하는 것은 굴욕적이라고 한다"며 "이는 우리 스스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재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역설이다.

김윤식 신동에너콤 사장은 "사실 미국이 재협상을 하자고 나올 주 이슈가 없다. 소고기 시장을 먼저 개방해 소고기 생산 지역 의원들의 반대를 막았고 유일하게 남은 이슈가 자동차 정도다"라며 "자동차 관련 협상은 한국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주태 미도교역 사장은 "한미FTA를 선비준한 뒤 미국과 통화스왑 규모를 더 늘리는 것도 협상할 수 있다"며 "미국이 8000억달러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쓴다고 했는데 한국기업이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비준 후 미의회 설득을=한나라당 의원들은 선 비준 후 미국 의회를 설득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구상찬 의원은 "한미FTA는 노무현정부에서 정치적 치적으로 삼았던 것인데 정권이 바뀐 뒤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FTA를 반대해 안타깝다"며 "정치적 시각보다 민간 시각으로 접근해 한미FTA의 이익에 대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정옥임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미국을 방문, 미국 의원들을 만나보니 한미FTA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대차 등이 미국에 60~70만대의 차량을 판다며 일자리를 뺏겼다고 하지만 미국내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미국의 교포나 현지법인을 통해 한미FTA의 장점에 대해 미 의회를 설득하는 등 민간 차원의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식 사장은 "미국 정치권에 영향력이 큰 로버트 바넷 변호사를 대기업이 고용해 미국 정치권에 접근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했고, 정옥임 의원은 "미국 의회의 브레인인 보좌관들을 초청해 한미FTA에 대해 설명하는 방안도 민간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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