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상승에 취하지 말고 현금을 늘려라 "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09.02.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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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 인사이트 ]

"주가상승에 취하지 말고 현금을 늘려라 "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처해 있다.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시장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필자 판단으로 경기회복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시장 기능 회복이다. 그러기 위한 선결 요건으로 구조조정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주채권은행이 주체가 되어 1월 중 단행했던 구조조정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까지는 실패했다. 역시 은행들이 주체가 되기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미국도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어 여러 호소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은 꿈쩍도 않고 있다. 미국 예금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초과지준액(Excess Reserves)만 84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8270억 달러의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데, 사실 예금은행에 있는 돈만 자금시장으로 흘러나오게 해도 굳이 대규모로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시 시장이 실패해 있다 보니, 은행들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더 이상 금리정책을 전개할 수 없는 미국과 영국은 양적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이다. 더욱이 작년 9월15일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정책을 공격적으로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리정책 효과가 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3~4월말까지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지만, 왠지 고도우(Godot)는 올 것 같지 않은 불안감이 든다.

그렇게 되면 필자가 리포트를 통해 작년 12월에 지적했던 것처럼 유동성함정이 시작되는 지도 모르겠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므로 상상하는 것조차 싫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은 구정 이후 100포인트 랠리가 전개되었다. 하지만 설연휴 이후 전개된 주식시장 상승세에 취해서는 곤란하다.



최근 상승세는 환율 플레이를 염두에 둔 외국인 순매수세가 주효했다. 필자는 작년 12월에 원/달러 환율 플레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지주 (61,400원 ▼2,200 -3.46%)를 적극 추천한 바 있다. 그 당시 원/달러 환율 선행지표인 외평채 스프레드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평채 스프레드는 구정 이후 주식시장의 기대와 반대로 상승추세로 다시 반전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미국에서 금융보호주의(Financial Protectionism)가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이므로, 한국 외환시장 역시 국제 금융시장의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작년 12월과 달리 환율 플레이로 주식시장이 상승하기에는 녹록하지 않은 현실이다.

미국의 금융보호주의와 맞물려 대외 의존적 경제이면서 외환시장이 개방되어 있는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식투자자들 역시 역발상은 염두에 두되, 지금은 현금이 가장 적절한 투자대상임을 음미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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