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 억새태우기 불길 왜 커졌나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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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4명 불에타 숨지고 70여명 화상 및 골절상

화왕산 억새태우기 불길 왜 커졌나


정월대보름인 지난 9일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화왕산(757m) 정상에서 열린 억새태우기 행사에서 4명이 불에 타 숨지고 7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오후 6시10분쯤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행사 진행요원들이 억새에 불을 붙이고 10여 분 후 갑자기 역풍이 불면서 불길이 배바위 뒤편 방화선을 넘어와 순간적으로 번졌다.



배바위 인근에서 구경하던 등산객들은 갑작스런 불길을 피하려다 순간적으로 아수라장이 됐고, 미처 피하지 못한 등산객 4명이 불에 타 숨졌다. 이들 시신은 배바위 주변 억새밭에서 발견됐다. 또 불길을 피하는 과정에서 등산객 등 70여 명이 화상 또는 골절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실종 신고가 접수된 등산객 3명에 대해 경찰관과 소방대원 등 300여 명이 수색작업을 벌여 생존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로 실종 신고가 접수된 4명에 대해선 생존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과 창녕군은 일단 갑자기 불어 닥친 역풍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산 정상에 배치된 안전요원 수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창녕군측은 "민원 필수 요원을 제외한 500여 명의 직원들을 산 일원에 배치했다"며 "안전 조치를 한다고 했지만 갑작스런 역풍으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찰은 사고가 났을 때 산 정상에는 114명이 있었다고 밝혀 양측 간 책임 시비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역풍 등 기상 돌변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창녕군 등 주최 측도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화왕산 정상의 불은 오후 7시 이전에 모두 꺼졌고, 등산객들도 안전하게 산 아래로 내려왔다고 경찰과 소방본부측은 밝혔다. 창녕군은 이번 사고와 관련, 분향소를 창녕문화체육관에 설치하기로 했다.


창녕군이 주최하고 배바우 산악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지난 1995년부터 국태민안 등을 기원하며 3년 주기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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