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 입주자없는 '유령도시'될 판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9.02.09 13:41
글자크기

- 아파트 11년 9월 완공 불구, 12년 말 이후에나 입주 가능
- 참여건설사 "분양일정·토지대금 납부시기 1년 연장" 요구
- 토공 "건설사들이 알아서 할 일, 조건대로 이행해야" 일축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도시)가 정부의 계획성 없는 사업 추진으로 인해 1년 이상 '유령도시'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1만4000여 가구나 되는 아파트를 지어놓고도 정작 입주자가 없어 장기간 텅빈 도시로 방치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8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가 확정한 일정상 행복도시 시범생활권 아파트는 12개 블록에 1만4690가구로, 웬만한 지방 중소 규모 도시의 가옥수와 맞먹는다. 이들 사업지는 오는 5월 입주자모집공고 후 분양에 들어가도록 계획돼 있다. 입주는 오는 2011년 9월 이후로 잡혀있다.

문제는 이들 아파트를 주로 사용하게 될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이주 시기가 이보다 훨씬 늦다는 점이다. 계획대로라면 중앙행정기관 이전 시기는 오는 2012년 말부터 2014년까지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넘도록 상당수 아파트가 입주자 없이 방치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이 1단계로 2012년 말에나 이전한다. 이어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국가보훈처 등이 2013년에 2단계로 이전하고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법제처, 국세청, 소방방재청 등이 3단계로 2014년에 옮긴다.

이 때문에 설계공모방식으로 각 블록 사업지를 공급받은 건설업체들의 경우 각 중앙행정기관의 이전 시기에 맞춰 아파트 분양 일정과 함께 토지대금 납부시기를 최소 1년 가량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체들로선 토지비와 공사비 등 막대한 자금을 선투입해 놓고도 자칫 중도금이나 잔금은 커녕 자칫 장기 미계약된 아파트를 보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더구나 완공 이후 1년 이상 입주자 없이 방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관리비용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의 경우 유동성 악화로 인해 추진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조기 상환과 만기 연장 거부 등으로 인해 토지대 중도금을 연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런 이유로 업체들은 토지 매각자인 한국토지공사가 아예 택지계약 자체를 해제해주거나 환매방식을 통해 재매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 참여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기반시설이 미흡한데다, 시범생활권의 입주시기와 이전공무원 입주시기가 1년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분양 일정대로 강행할 경우 장기 미분양마저 우려된다"며 "이는 기업 부실화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토공은 업체들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공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토지계약 당시와 달라졌을 뿐 아니라 경기 침체로 인해 업체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당장 조건을 바꿔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