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CP의 시장 교란

더벨 김동희 기자 2009.02.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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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옵션CP'로 재무상황 '은폐'

이 기사는 02월06일(11:3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 (20,200원 ▲150 +0.75%)공사, 한국가스공사, 도시공사 등 국내 주요 공기업의 기업어음(CP)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이미 공기업 CP는 16조원에 육박해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CP 잔액(ABCP제외)의 40%를 넘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 이런 추세라면 2월 중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공기업의 CP 발행 자체는 다른 유가증권과 마찬가지로 크게 탓할 문제가 아니다.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CP를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CP를 활용해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기업들은 CP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재무구조를 사실상 은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옵션 CP다.

옵션CP는 종합금융업을 겸하고 있는 은행들(신한, 우리, 외환)이 취급하고 있다. 3개월 만기 CP를 일정기간(통상 1년이나 3년) 동안 자동으로 차환 발행해 중장기 할인어음이라고 불린다.


다만 발행사의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이하로 하락하면 CP 연장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공기업들이 발행하고 있는 CP 중 60% 이상이 이런 중장기 할인어음이다.

문제는 옵션CP가 발행사 재무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30일 기준 한국전력이 발행한 CP는 1조1120억원 수준이지만 분기보고서에는 2200억 원으로 기재돼 있다. 옵션 CP 9000억원 가량을 장기차입금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이용해 엄연히 단기차입금인 3개월짜리 CP를 장기차입금으로 분류한 것이다. 한국전력 외에 다른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은행이 CP를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단기 차입금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은행과 공기업은 이 CP가 일종의 한도대출이지 유가증권 CP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가 CP를 발행한 후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은행계정이 아니라 종금계정을 활용한다는 변명이다.



그러나 거래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발행한 CP를 종금계정이 매입하는 구조는 일반적인 CP와 차이가 없다. 대출이라면 은행계정에서 취급해야 한다.

특히 CP발행 근거가 법적으로 구비되지 않은 일부 공사들도 이런 편법을 쓰고 있다. 모 공사의 경우 종금계정이 있는 은행 모두와 어음한도가 설정돼 있고 그 총액이 7000억원에 이른다. 금리도 CP처럼 대출에 비해 상당히 낮아 특혜 소지도 있다.

이 같은 공기업의 CP 활용은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측면 외에도 부작용이 크다. 옵션CP는 이미 공기업을 넘어 우량 대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정확한 재무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투자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반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크다.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의 CP 발행이 늘수록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기업 CP는 투자자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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