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채업자의 죽음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2.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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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주가 급락에 전주 자금회수 압박 상당

-주가 급락으로 문 닫는 사채업자 속출
-등록제 시행으로 채권추심시장 경쟁 가열

주식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사업을 접는 명동 사채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증시가 활황이던 지난해 상반기부터 명동의 주식담보대출이 증가했으나 주가가 급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서 명동도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명동서 투신자살= 지난 5일 명동에서는 사채업자 박 모씨(53)가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투신 장소는 명동 모 빌딩으로, 이 빌딩은 사채업체 사무실이 밀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조사에서 유족들은 "박씨가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명동에선 이 사건이 최근 주식담보대출 피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최근 몇 달간 주식담보대출을 많이 실시한 업자들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는 사태가 빈번했다"며 "주가 급락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자 전주들이 무리하게 자금 회수를 요구하고 나선 때문"이라고 전했다.



2007년 말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1800선을 유지하자 상당수 명동 업자들이 담보대출에서 주식담보 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지난 9월부터 주가가 급락하자 이후 이들 업자들은 상당한 자금회수 압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명동 한복판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명동은 침울하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명동의 한 대부업자는 "일부 전주들은 협박에 가까운 수준으로 업자들에게 자금 회수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명동 한복판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명동 업자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채권추심업 경쟁= 지난달 대부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대부업체들에서 부실채권을 양도받아 추심업무를 하는 중개업체간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대부업은 물론 대부중개업자들도 등록절차를 거쳐 '대부중개'를 사명에 명시하도록 했다.


현재까지는 미등록 중개업자들도 대부업체에서 부실채권을 넘겨받아 채권을 추심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대부업 또는 대부중개업 등록을 거친 업체만 채권추심을 할 수 있다.

경기 침체로 대부업계 연체율이 크게 늘어 부실채권 처분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채권추심업에 뛰어들려는 업체 수도 증가하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이 처분하는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며 "부실 채권 추심 시장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 중개업자들이 조기 등록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어느 사채업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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