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환율론자가 아니다. 펀더멘털에 맞게 가자는 거였다. 우리 환율이 왜곡되지 않게 경제에 맞춰 가자는 취지였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유지가 중요하다. 경상수지는 이론적으로 균형이 최고다. 궁극적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파산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 과천청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장관으로서 마지막 소회를 피력했다.
IMF가 한국의 경제 회복을 V자로 예상한 것에 대해 강 장관은 "경제 성장률은 전년도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올해 -4%를 기록한 뒤 내년에 +4.2%라는데 왜 그게 +8.2%p 오르는 것이냐,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재정 지출로 1%포인트 경기 부양효과 있느냐'는 질문에는 "탄력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같은 재정지출을 해도 차이가 나는데 어느 정도의 부양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따로 보고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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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조치와 관련해서 강 장관은 "작년의 감세는 경기에 상관없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17%), 일본 (15%) 등 다른 경쟁국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높은 편이어서 대선 이전부터 대통령과 감세에 대해 견해를 같이 했고 취임하자 마자 지시했다는 얘기였다.
강 장관은 "경제를 위해 세금을 줄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되 국가는 빚을 지느냐, 세금을 많이 거둬 국가는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되 기업은 힘들게 하느냐 중 어느 것이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선택을 해야 했고, 세금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감세 대신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향후 5년 뒤를 보느냐 10년 뒤를 보느냐의 문제"라며 "세금을 깎아주면 사람들의 행위가 달라지고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야지 생각하면서 소비의 수준이 바뀐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감세 대신 재정지출을 중심으로 하면 지원 받는 계층이 대부분 저소득이다 보니 소비 패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동태적, 장기적으로 보면 감세가 파워가 있고 정태적, 단기적으로 보면 재정지출이 파워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이 재정적자를 고민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강 장관의 생각이다. 강 장관은 "작년 세계잉여금이 15조원이 넘었고 올해도 초과될 것으로 보인다"며 "G20 회의 때 다른 재무장관들에게 '재정흑자가 고민'이라고 했더니 다들 어이 없어 하더라"는 후일담도 전했다.
강 장관은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는데 감세하지 않고 계속 남겼다면 국민한테 많은 욕을 먹을 것이 분명하다"며 "재정건전성 걱정이 많은데 재정건전성은 경제의 목적이 아니라 경제를 잘 이끌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재임시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에 대해 "딱히 특별히 보람 있는 시기를 꼽을 순 없었다"며 "재정부에 들어온 날부터 지난 주까지 토요일, 일요일도 예외 없이 한번도 머리가 쉰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강 장관은 가장 아쉬웠던 것에 대해서는 "내가 문학적인 표현을 좋아해, 기자들이 기사 쓸 때 제목 나올 수 있는 것을 말했다"며 "다시 장관을 하게 된다면 가장 비문학적이고 기사 안 되는 이야기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