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매, 빠를수록 좋은 이유

김중근 마크로 헤지 코리아 대표 2009.02.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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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김중근의 실전주식 A to Z

주식시장은 심리전쟁이라는 말은 이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 말에 누구나 공감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주가가 연일 하락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손해가 막심하다. 진작 손절매를 했어야 했다. 지나고 보니 정말 손절매를 하지 못한 것이 뼈저리게 후회된다. 그런데 후회만 하고 있지 정작 주식은 팔지 못하고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감성적인 투자심리 때문이다.

물론 투자자가 전혀 손절매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팔아버리자고 마음속으로는 골백번 다짐했다. 실제로 매도주문을 낸 적도 있다. 하지만 매몰차게 손절매를 하지 못했다. 왜? 아까웠기 때문이다. 마음속 한구석에 "조금만 기다리면 곧 반등할거야. 일단 기다려보자"라는 희망과 기대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차마 손해를 보면서도 주식을 팔아치울 수 없었다.



이를 투자 심리로 해석한다면, 보유효과가 작용한 탓이다. 보유효과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우월하게 보이는 착각을 말한다. 투자자의 눈에 그 주식은 매우 유망해 보인다. 설령 다른 주식은 다 하락할지라도 그 주식만은 오를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왜? 투자자 자신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자신이 하면 로맨스'인 것과 같다. 모든 일을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면 이와 같은 오류에 빠지기 쉽다.

또 다른 예를 생각해보자. 직장의 상사가 당신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귀찮고 또 즐겁지도 않은 일을 업무상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것을 앞으로 한달 후인 3월1일에 7시간 할 것인지 아니면 4월1일에 8시간 할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바보가 아니라면 당연히 노동시간이 작은 3월1일에 7시간 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상사가 그런 요청을 바로 3월1일 아침에 해온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오늘 귀찮고 즐겁지 않은 일을 하느니 일단 4월1일로 미루는 것을 선택한다. 그렇게 하면 노동시간이 1시간 더 늘어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것 역시 우리가 왜 쉽게 손절매를 단행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누구나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주가가 하락하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하락하는 주식을 당장이라도 팔아서 손해를 확정하고 싶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귀찮고 즐겁지 않은 일을 지금 당장 해치우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결국 일단 뒤로 미루고 본다. 자칫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런 심리에서 해방돼야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기에 투자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투자자가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상태를 알고 있다면 그만큼 자신의 잘못을 알아채기 쉽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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