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감세정책은 '공염불'이다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2009.02.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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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위주 재정정책보다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책이 시급

[MT시평]감세정책은 '공염불'이다


새해 들어 한국 경제의 사령탑이 적지 않게 교체됐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체됐고, 주요 대기업 경영자들도 큰폭의 변화를 겪었다. 그렇지만 지휘부 교체를 바라보는 서민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경제문제들이 지휘부 교체만으로 쉽게 풀릴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정부의 경우 교체를 둘러싼 배경이 그리 마음 편한 사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지휘부와 국민들간의 소통에 큰 불협화음이 생겨났고, 결국에는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감에 훼손을 낳았다는 평가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찌보면 이런 판단은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기업평가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한국은행의 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신뢰성이 현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즉, 현재 기업인들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가장 큰 경영애로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는 수출기업이 주로 포진한 제조업이나 내수기업 위주의 비제조업 모두에서 관찰돼, 전자의 30.6%, 후자의 29.8%가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경영애로요인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정책당국의 새로운 사령탑은 90년대말 외환위기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있어 필요한 정책적 노력 외에도 소통과 신뢰를 회복하는 별도의 노력도 기울여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정책당국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를 위해선 우선 지난 12월과 1월 기업경기조사결과의 가장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자금부족이 경영애로요인으로 갖는 중요성은 제조기업의 경우 지난 12월부터, 비제조기업의 경우 올 1월부터 감소되고 있고, 그 중요성도 크지 않은 수준이다. 이는 그동안 글로벌한 국가간 공조와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금융통화정책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책의 우선 순위도 교체돼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정책 우선 순위는 어떻게 교체돼야 하는가? 이는 바로 경영애로 요인의 2번째 항목과 직결된다. 제조업(24.5%)이나 비제조업(25.4%) 모두 경영애로 요인의 2번째 항목으로 내수부진을 꼽고 있다. 결국 정책당국이 정책노력을 집중해야 할 부분은 우선 내수부진의 타개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수부진의 타개를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있지만 앞의 자금부족에 대한 평가와 연결해보면, 정부정책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에 무게를 실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사실 전통적인 통화정책, 즉 통화량을 늘리고 금리를 인하해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 전달경로는 위기 상황에서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가계나 기업이 소비나 투자를 늘릴 충동이 근본적으로 훼손된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자극제가 되지 못한다. 그동안 통화정책을 통해 급격히 위축된 시중 유동성을 메꿔주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음도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위축된 내수를 직접 메워주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정책의 우선 순위로 올라서야 한다. 하지만 재정정책에도 순위 교체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책당국은 재정정책에 있어 조세쪽에 지나친 무게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계나 기업이 인하된 세금을 소비와 투자에 돌리려는 마음이 없는 상황에서 감세 정책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10년을 넘는 불황을 겪었던 이웃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급격한 수출 위축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극단적이라 비춰질 수 있는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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