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0.3% 하향' 왜 공개 못하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2.05 08:45
글자크기
-성장률 2→0.3%, 물가 3%→2.8%, 경상수지 흑자 220억弗→150억弗
-4월 공식발표 계획 "굳이 내부자료 공개 필요 없다"
-경제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 가능
-금통위 기준금리에 영향…시장 혼란 방지 차원
-정부 성장률 조정 고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에 발표한 2%에서 0.3%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은은 이같은 수정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전에 이미 내부 검토를 거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3%로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공식 전망치 2.0%보다 1.7%포인트 낮은 수치다.

한은은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0%에서 2.8%로 소폭 조정했고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는 22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줄였다.



한은이 이미 올초에 내부적으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3%로 봤다면 최근 더 악화된 경제지표를 반영할 경우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이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요즘 경제 여건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어 경제전망을 월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은이 이미 한달 전에 내부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0.3%로 대폭 하향 조정한 뒤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내부 전망치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한은은 수정된 전망치를 공식 발표하는 시기를 오는 4월로 잡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보통 7월과 12월에 경제전망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경제상황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발표시기를 4월에 한차례 더 늘렸다"고 말했다.

공식 발표 계획이 있는 만큼 수정된 내부자료까지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하지만 경제여건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전망 시기를 한 차례 더 늘린다며 이를 4월로 잡을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0.3%'조차 자신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공개를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경기 악화 속도로 봐선 언제든지 전망치를 더 낮춰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4%로 대폭 낮추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경제전망 수치가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은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성장률을 3.7%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5%에 불과했다. 한달여만에 1.2%포인트나 차이가 난 셈이다. 민간소비는 1.5% 증가를 예상했으나 0.5% 증가에 그쳤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0.2%,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각각 2%, 2.7% 줄었다.

한달만에 전망치가 이처럼 틀린 것으로 드러나자 전망치 공개에 조심스러워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한은의 시각이 금통위의 기준금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도 내부 검토안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내부 검토안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뿐만 아니라 금리 조정을 통한 정책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한은이 성장률을 어둡게 보고 물가는 안정될 것으로 볼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금통위가 금리를 결정하는데는 경제전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3%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부가 현재 3%인 성장률 목표치를 어디까지 낮출 것인지도 주목된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2기 경제팀이 허황된 '희망'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기관의 경제전망과 정책효과를 감안했을 때 0∼1% 사이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