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마케팅·깜짝실적… 美 '현대차 쇼크'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9.02.04 16:39
글자크기

1월 미국판매 14%↑, '불황 속 보장서비스' 등 공격형 마케팅 효과 분석

지난해 12월초, 현대자동차 해외영업본부는 미국판매법인(HMA)으로부터 새로운 마케팅 계획을 보고 받고 고민에 빠졌다. '자동차를 산 뒤 1년 안에 실직을 당하면 차를 되사준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최악의 불황으로 자동차 구매를 망설이는 미국 고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와 자칫 경영에 큰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10년 10만마일 품질보증'을 도입할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며 "위험부담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격론 끝에 '어려울 때일수록 독창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대세에 따라 이를 승인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1999년 '10년 동안 10만마일 무상보증수리'를 도입할 때 역시 내부에서 "무상수리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은 "고장 나지 않는 차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며 뚝심으로 밀고 나갔다. 결국 이 서비스는 훗날 현대차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현대차는 이번에도 정 회장으로부터 재가를 받은 뒤 즉각 미국 현지법인 HMA에 결과를 통보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올해 초부터 미국 자동차 업계 최초로 시작한 '현대 어슈어런스(Hyundai Assurance:현대 보장프로그램)'이다.



연초 보장서비스 시행을 알리는 광고가 나가자마자 HMA 본부는 물론 각 딜러점에 문의가 빗발쳤다. 특히 차를 구입할 능력과 의사가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실직을 우려해 구매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직장인'들이 지갑을 열었다.

그 결과 중형차 '쏘나타'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85.5%나 늘어난 8508대가 팔렸다. 소형차 액센트 역시 21% 증가한 3560대가 판매됐다. SUV 시장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싼타페'도 35.2% 판매가 늘었다.

지난달 초 '2009,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제네시스는 1056대를 판매, 지난해 8월 판매 개시 후 6개월 연속 1000대 이상 판매실적을 이어갔다.


HMA는 이를 발판 삼아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어난 2만4512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미국 내 주요 자동차 업체들 가운데 판매 실적이 증가한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미국 GM과 포드의 1월 판매량은 각각 전년대비 48.8%, 41.6% 급감했고, 토요타와 혼다도 각각 31.7%, 27.9%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나홀로 선전'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7%를 돌파(현대차 3.7%, 기아차 3.4%)했다. 데이비드 주코스키 HMA 판매담당 부사장은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불확실한 시기에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도 '현대차'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어려울 때일수록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자'는 전략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안방에서 먹혀들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1개월만의 실적으로는 현대차의 '도약'을 속단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1월 판매 급증이 최대 5000달러에 달하는 대대적인 할인 판매 등 '출혈 매출'에 따른 단기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내부적으로도 "섣불리 예단하기는 이르며, 몇개월간의 경기변동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현대차는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앞으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할 계획이다. 지난 1일 미식축구 슈퍼볼에 5개의 광고를 집행한데 이어 오는 22일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광고를 내보낸다. 이달 초 슈퍼볼 광고가 나간 뒤 벌써부터 HMA 홈페이지 접속이 폭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2월 슈퍼볼 중계 때도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1450%나 늘어나는 효과를 맛보기도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