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MF '성장 샴페인'에 취한 정부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2.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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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IMF는 한국 경제가 올해는 마이너스 4%로 역성장하지만 내년에는 플러스 4.2% 성장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급락과 급등을 오간 '롤러코스터' 전망에 정부와 언론도 춤을 췄다. 올해와 내년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불안'과 '희망'이 교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후자를 선택했다. 정부는 올해 -4% 성장 전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내년 4.2% 성장 전망에는 큰 의미를 뒀다. 한국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신호라며 반색했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IMF의 올해 2분기 저점 전망과는 달리 한국 경제의 '터닝포인트'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4% 성장 전망만 떼어놓고 설명하면 사정은 급변한다. -4%는 이미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정부의 3% 성장 목표치는 물론 국내 경제분석기관 중 가장 낮은 전망치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0.7% 보다도 한참이나 뒤쳐진 것이다.



내외부적인 경제 조건은 '먹구름' 일색이다. 올해 1월 수출이 사상 최대폭인 32.8% 감소했고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은 18.6%가 줄어 통계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투자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저이고 고용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줄기 시작했다.

정부가 IMF의 내년 성장 전망에 초점을 맞추는데 대해 "미리부터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참담한 현실과는 달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자칫 어렵게 조성된 '고통분담'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소지도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IMF 예측이 현실화된다 해도 '착시효과'를 제거하면 내년에도 한국 경제 규모는 2년전인 2008년 수준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속절없는 비관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부풀려진 낙관은 더 금물이다.


기업 구조조정 등 할 일이 태산같은 '윤증현 경제팀' 출범을 앞두고 신기루 같은 '성장 샴페인'에 취하기는 일러도 너무 일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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