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4% 전망,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2.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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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150만개 감소도 가능
-내수 둔화 불가피…IMF "내수 성장기여도 -5.1%p"
-수출 부진…"생산 감소 등 내수 부진으로 연결"

국제통화기금(IMF)이 3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이는 선진·신흥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IMF의 예상대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역성장하면 경제 규모가 지난 2007년 수준으로 뒷걸음친다. 지난해 한해 한국 경제가 일궜던 성과를 모두 반납하게 되는 셈이다.



성장률이 -4%로 떨어지면 일자리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일자리는 늘기는커녕 기존 일자리마저 줄어든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성장률이 0%면 9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1%와 -2%일 때는 각각 12만개, 18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

하지만 이 역시 낙관적인 전망이다. 성장률이 플러스를 보여도 일자리는 감소하는 등 보통 취업자수 증가율은 성장률보다 낮다. 실제로 지난해 성장률은 2.5%였지만 취업자수 증가율은 0.6%에 불과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지만 취업자수는 4만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전망을 대입하면 성장률이 -4%로 내려가면 올해 일자리는 150만 개이상 사라질 수 있다.

내수의 급격한 둔화도 불가피하다. IMF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5.1%포인트로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봤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5% 증가했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2.0%, 2.7% 줄었다. 플러스 성장을 했음에도 투자가 감소했는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투자는 더 위축될 것이 뻔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현상 유지는 가능해도 투자를 플러스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자리 감소와 임금 동결 등으로 민간소비도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0.5%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3% 줄었다. 소득이 감소하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실제로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월에 이미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진 수출을 기댈 수도 없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세계 무역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수출 증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IMF가 전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유독 큰 폭으로 조정한 것은 한국이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내수는 계속 부진했기 때문에 성장률 둔화는 수출 때문"이라며 "수출이 안되면 생산 감소 등으로 내수 역시 안좋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IMF는 각국 성장률을 전망할 때 해당국 정부의 의견을 반영해 다소 긍정적으로 봐주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IMF가 -4% 성장률을 제시했다는 점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는 다른 연구기관도 성장률을 과감하게 비관적으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IMF의 이번 성장률 전망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IMF가 최악의 성장률을 제시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성장률 전망을 어느 정도까지 낮출지도 주목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 차관은 "현 정부 목표치인 3%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1월 경기지표가 다 나와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윤증현 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한 이후 성장률 목표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목표치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0∼1% 사이를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편, IMF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2%로 높게 봤다. 도미니크 스토로스 칸 IMF총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년 사이에 성장률 전망치가 8%포인트나 차이가 날수 있느냐는 지적에 "IMF 내에서도 이번주 한국의 성장률 수치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한국 정부에도 배경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아누프 싱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은 "한국 정부가 금융완화에서 경기부양에 이르기까지 금융기관 자본확충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active)으로 나서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무역 상대국들에 비해 소폭이나마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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