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도 은행에서 '찬밥' 된 이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2.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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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1순위로 꼽히던 의사와 변호사도 '찬밥' 신세가 됐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자 은행들이 전문직 대출도 바짝 조이고 있는 탓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의사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인 '닥터론'의 한도를 5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하나은행도 5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췄다.



다른 전문직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은행은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직대출 한도를 종전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조정했고, 회계사 등 기타 전문직군도 종전의 절반인 1억원으로 낮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쟁적으로 전문직 '모시기'에 나섰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은행이 전문직의 대출 조이기로 급선회한 것은 경기 침체 탓이 크다. 은행 빚을 내 외형을 키운 병원들이 경기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은행의 경우 의사 신용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에 전분기보다 30~40%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직장인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웃도는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문직도 경기 침체를 피해가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저금리 메리트를 노리고 엔화대출을 받은 의사들은 고금리 부담까지 짊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엔 은행들의 '몸 사리기'도 한몫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지난해 초엔 전문직종의 마이너스 대출 한도를 실제 사용액의 6배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다 최근 리스크 관리에 돌입하면서 미사용 한도를 대폭 정리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사용 한도가 늘어날수록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이는 고스란히 은행의 비용으로 연결 된다"면서 "실제 마이너스 대출 사용액을 감안해 한도를 대폭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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