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한때 40% 감소..'피말렸던 열흘'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2.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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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요일 오전. 과천 정부 청사에 출근해 있던 강명수 지식경제부 수출입과장은 관세청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받아보고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이메일은 통관 기준 1월 수출이 지난해보다 32.8%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29억6952만달러 적자를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수출 감소율은 사상 최대치였으며 무역수지는 한달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었다. 그럼에도 강 과장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위했다.



앞서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이 28.9% 감소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월 초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업체의 가동 중단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는 45억7600만달러에 달했다.

설 연휴 한때 수출 감소율은 40% 가까이 치솟았다. 그러다 막판 30일과 31일에 주력 수출 품목인 선박 수출이 6억달러어치 이뤄지면서 극적으로 수출 감소세와 무역수지 적자가 다소 만회될 수 있었다.



강 과장은 "하루 하루 피가 마르는 것 같은 나날이었다"며 "수출 감소율이 32%대로 나오고 무역수지 적자가 30억달러 이하로 나온 것을 보자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과장 등 수출입과 직원들은 물론 지경부 내에서 주력 업종, 에너지 분야를 맡고 있는 상당수의 직원들은 수출에 생사를 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직원들은 일별 수출 상황과 수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점검하고 바이어, 수출보험공사,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수출 지원책을 논의하다 보면 거의 매일 저녁 10시를 넘겨 퇴근해야 한다. 지난 28일 돌연사한 고 안철식 전 지식경제부 2차관도 숨지기 전날까지 수출 대책 보고서 작성해 매달렸다는 것은 알려진 일이다.


정부는 수출이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지만 이같은 노력으로 중남미와 중국 등 지역별로 특화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경우 당초 세운 올해 연간 목표치 4500억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1월 수출실적은 100m 달리기 출발선상에서 삐끗한 것과 같다"며 "벌써부터 기록이 나쁘게 나올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정 정책관은 "2월 중에는 증가율이 0% 선에 근접할 정도로 회복되고 보수적으로 봐도 2분기 중에는 0% 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조금 기다리면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치를 유지하는 것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2%에서 0.5%로 하향 조정하는 등 글로벌 경기 반등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에 각국에서 자국 내수를 부양하고 무역수지 흑자를 만들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조짐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최근 하원을 통과한 819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법안에 관련 건설 프로젝트에 미국산 철강자재만 사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바이 아메리카'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1일(현지시각) 폐막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도 전세계적인 보호주의의 확산이 큰 주제로 다뤄졌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수출 감소세가 언제쯤 중단될지 예상하기 무척 어렵다"며 "각국의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와 봐야 바닥을 점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당초 올해 하반기 수출이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였는데 내년 상반기로 회복 시점을 늦춰 전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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