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최초 셀프 주유소를 가다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09.02.01 13:25
글자크기

인근 주유소보다 ℓ당 200원 저렴...정비ㆍ세차서비스는 물론 휴식공간까지 제공

-고유가 부담에 아우디 등 수입차도 북적
-인근주유소도 가격 경쟁 촉발
↑GS칼텍스 직영 삼성로주유소 ↑GS칼텍스 직영 삼성로주유소


"강남 인근 주유소에 비해 ℓ당 100원 이상 싸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다른 주유소가 있지만 출퇴근 시간에 일부러 찾습니다. 수입차 운전자들도 고(高)유가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름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 한복판에 최근 셀프주유소가 처음 문을 열었다. 삼성동 차관아파트 앞 사거리에 위치한 'GS칼텍스 삼성로 주유소'다.



지난 30일 퇴근 시간 삼성로 주유소를 찾았다. 1500여㎡의 대지에 6복식 셀프주유기 4대, 자동세차기, 정비소, 휴게실 등 편의공간을 갖추고 손님을 맞고 있다. 지역 특성상 상당수가 고급 승용차다.

최고급 수입차인 아우디 운전자인 이승철씨(27세)가 차에서 내려 주유기를 집어 든다. 보통 주유소 직원들이 옆에서 안내를 하지만 이씨는 혼자서 능숙하게 주유기를 조작한다.



이 씨는 "몇 번 와서 해보면 셀프 주유란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 약간의 수고로 한번 주유에 5000원 이상을 아끼는 셈이어서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찾아 오게 된다"고 말했다.

고유가 부담에 국내를 대표하는 부자마을 강남에서도 셀프 주유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말 ℓ당 1200원대까지 떨어졌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새해 들어 상승해 강남구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00원 선을 넘어섰다. 특히 강남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00원을 돌파하는 등 지난해 고유가 징후가 다시 나타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삼성로 주유소의 경우 휘발유가 1515원, 경유가 1332원으로 강남구 평균 가격인 1601.25원과 1429원에 비해 100원 가까이 저렴했다. 1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ℓ당1717원과 1500원 인 것을 감안하면 200원 가까이 싼 편이다.

이달초 문을 연 삼성로 주유소의 주유 대수는 하루 150여대. 목표치인 하루 450여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어 곧 목표 대수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주유소측은 자신했다.



↑셀프주유시 주유기를 꼽은 후에는 잡고 있지 않아도 자동으로 주유가 완료된다↑셀프주유시 주유기를 꼽은 후에는 잡고 있지 않아도 자동으로 주유가 완료된다
주유 방법이 간단하고 주유소 직원이 친절히 안내를 해주기 때문에 처음 찾는 손님들도 셀프 주유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특히 VRS(유증기회수장치)가 설치돼 있어 일반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실속파 여성 운전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 직장인 김서연씨(36세)는 "셀프 주유를 하다가 기름이 바닥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안심"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내엔 정비시설과 최신형 세차기도 설치돼 있다. 주유소 2층 라운지에서 인터넷이나 음료를 즐기면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삼성로 주유소가 영업을 시작한 뒤 인근 주유소들도 가격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대성 GS칼텍스 AM(Araa Manager, 지역 관리자)은 "과거 삼성로 인근은 국내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었는데 셀프주유소가 들어서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가격 인하 경쟁이 일 조짐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