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사교육비증가 주범은 정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02.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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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강사 수요 급증에 학원비 ↑

정부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으로 원어민 강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원어민 강사 채용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학원비 상승으로 이어져 학원가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영어 사교육비를 증가시키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교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채용 인원은 지난해(4332명)보다 20% 정도 증가한 51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원어민 보조교사 채용 통계는 매년 4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어 4월이 돼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지만 각 시·도교육청들이 정부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에 따라 저마다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5000명은 쉽게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1일 서울시교육청은 2012년까지 모든 초·중·고교에 원어민 보조교사를 배치한다는 계획에 따라 올해 200명을 추가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시도교육청도 올해 600명 안팎을 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외국인 채용시장에서 원어민 강사들의 몸값도 크게 뛰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외국인 채용대행 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원어민 강사 평균 임금이 작게는 10%, 많게는 30%까지 올랐다"며 "정부가 사설 학원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채용을 많이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원어민 강사의 한 달 임금은 평균 250만원 안팎에 이른다. 그러나 주당 수업시간은 학교가 22시간으로 고정돼 있는 반면 사설 영어학원은 보통 30시간 정도여서 8시간 정도 더 많다. 학교는 4대 보험이 적용되고 월급을 떼일 염려도 없지만 학원은 그렇지 않다.


다른 외국인 채용대행 회사 관계자는 "근무하는 시간은 작은데 급여는 비슷하기 때문에 강사들이 학원보다 학교를 더 선호하고 있다"며 "특히 북미 백인을 원하는 학원들의 속성상 조건에 맞는 강사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소규모 학원들은 조건에 맞는 원어민 강사를 구하기 위해 임금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YBM어학원, 파고다외국어학원, 청담어학원 등 대형 영어학원들은 "최근에 강사채용 비용이 특별히 증가하지는 않았다"며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파고다외국어학원의 한 관계자는 "성인보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훨씬 더 힘들기 때문에 학교로 옮기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정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에 따라 정부 부문에서 원어민 강사 채용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어학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원어민 강사의 최대 수요자가 되면서 인건비를 크게 올려놨다"며 "이는 곧 학원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정부가 사교육비를 오히려 증가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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