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쇼핑 나선 연기금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1.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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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연속 1000억이상 순매수, 삼성전자 등 업종대표주 '사자'

연기금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2거래일간 날마다 1000억원 이상씩을 순매수하며 슬슬 팔을 걷어부치는 연기금이 증시의 '맷집'을 뒷받침하는 보약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증시 관계자들은 연기금이 증시에 입질을 하는 기미가 보이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연기금이 악재가 되풀이될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코스피시장의 급락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방패 역할을 하더라도 아귀처럼 무작정 주식을 쓸어담는 게 아니라 대형주 가운데 가치와 매력도를 따져 선별적으로 주식을 바구니에 모을 것이라는 주장이 탄력을 얻고 있다.

특히 2월부터 본격화될 은행들의 실적발표에 실망한 증시가 하락세를 가속화할 경우 연기금이 방어력을 과시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4.45포인트(0.38%) 내린 1162.11로 마감됐다.

개장전에는 북한의 합의사항 무효화 일방 선언, 미국의 고용과 주택ㆍ소비 등 거시지표 악화, 미국 자동차사 포드의 실적 실망 등이 악재로 불거졌다. 장중에는 통계청이 발표한 최악수준의 산업활동 동향 소식도 있었지만 코스피지수는 약보합 마감에 그치며 강단있는 맷집을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미국발 경기지표 악화 우려로 3.1% 급락한 점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같은 맷집 뒤에는 연기금이 수급을 뒷받침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1124억원을 순매수한 연기금은 전날 1191억원의 매수우위 등 2거래일 연속 1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올들어 연기금이 날마다 1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은 최근 2거래일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연기금은 최근 4거래일간 3437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1조6315억원을 순매도한 개인들의 매도 공세를 그나마 방어해내며 주가지수의 급락을 막은 수훈 갑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운용사들이 환매를 대비해 매수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연기금이 증시의 급락 가능성이 엿보이면 강하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연기금 입장에서도 주식비중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매력있는 주식을 바구니에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이어지는 박스권 흐름에서 코스피지수가 1100포인트 근처로 밀리면 연기금이 '사자'에 힘을 실으면서 증시를 떠받치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도 매수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연기금의 가세는 수급 공백을 메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는 자산운용사들에게 수급을 기대기 힘든만큼 연기금이 지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책심리와 실물불안의 싸움이 지속되며 지수가 불안한 흐름을 보인 2거래일간 코스피시장에서 연기금은 어느 한 쪽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대형주를 주워담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날마다 1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최근 2거래일간 연기금 매수우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171억원)와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160억원), SK에너지 (111,000원 ▼1,700 -1.51%)(145억원), KT (41,800원 ▲100 +0.24%)(136억원), SK텔레콤 (57,500원 ▼900 -1.54%)(132억원), POSCO (375,000원 ▼500 -0.13%)(106억원),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87억원),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86억원), 현대차 (250,500원 ▲4,500 +1.83%)(78억원) 등이다.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골고루 주식을 바구니에 담은 셈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46,650원 ▼850 -1.79%) 투자정보파트장은 "연기금이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거나 대형주 가운데 장기적으로 실적이 턴어라운드 가능한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며 "1100선~1200선의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시장에서 편향된 업종이나 종목에만 일방적으로 주식을 사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이 2월부터 발표되는 은행주 실적 발표에서도 하락에 대한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은행주 실적은 2월 2일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를 필두로 KB금융 (83,600원 ▲1,100 +1.33%)(11일), 우리금융 (11,900원 0.0%)(12일 또는 13일), 하나금융지주 (61,600원 0.00%)(2월 중) 등으로 예정돼 있다.

이 관계자는 "은행주의 실적이 나쁠 것으로 예상은 되고 있지만 시장 기대치를 벗어날 경우 실망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이 시기에서도 연기금이 불안한 시장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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