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감생심 강남, 변두리 부동산도 '막차'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9.03.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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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수능세대의 ‘재테크 블루스'-4

◆종부세와 강남의 성역(聖域)화

‘헌법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법을 만들겠다.’

지난 2003년 2월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강남 집값과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그해 10월 말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을 마련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법안’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이 종합부동산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헌법보다 더 강한 법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2004년 총선에서도 많은 수능세대들은 꿈과 희망을 담아 386 선배들에게 투표했고, 선배들은 참여정부에 합류하며 강남 집값 잡기에 동참했다.
언감생심 강남, 변두리 부동산도 '막차'


2005년.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와 부동산 투기 억제를 골자로 하는 종부세가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강남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오히려 2007년 참여정부 임기 말까지 쉼 없이 치솟았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07년 2배로 상승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종합부동산세는 대다수 비 강남권 수능세대들의 호응을 받았다. 참여정부는 '서울 공화국'이라 불리던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나섰고,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 등 지방균형발전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당연히 강남집값 폭등은 타도의 대상이었다.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사회적 불균형과 양극화가 점점 더 심화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출생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특히 세대별 합산, 수익자 부담원칙(돈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 모두 실현하지 않은 이득에 세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에 위배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헌법소원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한편으로 종부세는 고급 거주지 강남으로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도 초래했다.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거액의 세금을 물리는 일은, 강남을 기존 부자들만의 지역으로 ‘성역(聖域)화’ 시키면서 평범한 샐러리맨은 꿈도 꿀 수 없는 지역으로 만들었다. 평범한 수능세대들이 강남에 집을 얻는 일은 갈수록 요원해져 갔다.

2008년. MB 정부 들어 종부세는 결국 세대별 합산 문제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으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와 주식시장 폭락으로 흉흉한 마당에 여의도에서는 이런 말도 돌았다. "2008년 최고의 투자상품은 종합부동산세였다."

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이 모조리 손실을 입고, 부동산가격마저 크게 밀리는 등 자산시장이 전체적으로 부진했지만, 종부세를 냈던 사람들은 예금금리 수준의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국가는 종합부동산세 환급을 받는 사람들에게 예금금리까지 이자로 지급해줘야 한다.

실제 국세청장 고시에 근거해 이미 낸 종부세 금액에 연 4.2%(2006년~2007년 10월14일)와 연 5%(2007년 10월15일~현재)의 이자가 붙는다. 강남 부동산 부자들은 원금 외에 이자로 413억원을 지급받는다. 강남부자 20만명이 1인당 평균 20만6500원을 이자 명목으로 돌려받게 된 셈이다.

정부는 2008년치 종부세 납부자에게 2700억원을 돌려주기로 했으며, 2006년과 2007년을 포함하면 총 6300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신고하지 않고 종부세를 납부한 경우에도 환급해주는데, 미신고자들이 세금을 돌려받는 일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이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두고 ‘노무현과 이명박의 합작품’이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왔다. 어쨌거나 강남 집값을 바라보는 비 강남권 수능세대들은 '종부세 해프닝'을 보면서 한번 더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계속되는 불패신화…'변두리'라도 가자

수능세대들에게 강남은 부와 비즈니스, 문화가 집중된 공간이었지만 다른 지역 출신이 새로 진입하기에는 너무 먼 곳이었다. 집을 사는 것은 차치하고, 전월세 및 오피스텔 가격마저 폭등하면서 거주조차 어려웠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가격지수는 수능세대들이 가정을 꾸려가기 시작할 무렵인 2002년 16.7%, 2003년 9% 폭등했고 전월세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전세가격/매매가격 비율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60%선을 넘어섰다(2008년 12월 현재는 52.4%로 낮아진 상태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말을 빌자면 한국의 가계들의 주택가격에 대한 의존도는 ‘기형적’인 수준이다. 2007년 한국의 가계자산에서 주택, 토지, 건물 등 부동산자산의 비율은 77%에 달한다. 이는 36%의 미국, 50%수준의 캐나다는 물론 62%수준의 일본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곳곳에서 주택자산 편중이 지나치다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부동산 신화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등 참여정부가 7개의 '적'으로 지목한 버블세븐지역 집값은 2005년 8월31일 이른바 '8ㆍ31대책'을 내놓자 오히려 폭등했다.

한 예로 2002년 4월 재건축한 목동아파트 161㎡(49평형)이 경우 2억9000만원에서 시작했지만, 2005년과 2006년 폭등하면서 2007년 1월 8억2000만원을 호가했다(2009년 초 현재는 5억원 전후의 시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아파트 사면 손해'라고 주장했지만, 2006년 3월 판교 신도시 분양이 마무리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동반 폭등했고, '부동산 불패신화'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많은 수능세대들이 부동산 신화에 동참하길 원했고, 상당수가 은행대출을 불사하고 아파트에 입성했다. 물론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수능세대들에게 ‘강남 신화'는 먼 얘기였고, 주로 서울 중심부 대신 수도권 아파트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2009년 초. 집값하락의 전주곡은 수도권 변두리 아파트에서부터 울리고 있다. 강남 못지않은 신화로 불리던 분당과 수지, 과천지역을 시작으로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고 있고, 용인 등 수도권에는 미분양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장만한 수능세대들에게는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치명적 부담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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