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주가가 시원하게 떨어지면 매수 기회를 엿보기라도 하련만 그 마저도 쉽지 않다. 악재에 대한 시장의 내성에 한 편으로 안도하면서도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미국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포드자동차가 105년 역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146억 달러. 이스트먼코닥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 사이에 대규모 감원 계획도 발표됐다. 기업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인데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지표도 크게 악화됐다. 12월 신규주택판매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내구재 주문 역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기 지표와 기업 이익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침체의 깊이가 예상보다 가파를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발 한파가 아니더라도 연휴 이후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전날 묻어나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개장 전 '패닉'까지는 아니더라도 급락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 둔 투자자들이 상당수였을 법 한데 시장 흐름은 의외로 견조하다.
우선 수급이 나쁘지 않다. 공격적인 '팔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매수 세력도 드러나지 않지만 눈치보기에 치중하며 거래가 위축된 것이 오히려 주가를 방어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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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이틀에 걸쳐 5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외국인은 미국발 악재에도 중립적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장중 외국인은 20억원 가까이 매수우위다. 기관이 370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의 '팔자'는 420억원으로 제한적이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3일만에 '팔자'로 돌아섰지만 순매도 규모는 230계약에 그친다. 프로그램은 비차익거래로 360억원 '사자'가 유입, 전체적으로 소폭 매수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28.84%로 낮은 수준인데다 지분 확보 문제로 매도하기 어려운 물량을 감안할 때 공격적인 '팔자'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CS)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대해 여전히 비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2년 사이 공격적인 매도 과정에 우려가 이미 대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충격에 대한 내성과 이미 예상한 악재라는 점도 지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지수 1200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가 등장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 그렇다고 주식을 털어버리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메가톤급 2차 금융위기가 닥치는 등의 새로운 충격이 아니라면 소문난 악재에 팔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하반기나 연말 경기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탓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의 악화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측면과 함께 시장 전반적으로 거시경제 지표에 대해서는 둔감해진 측면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개별 업종이나 종목으로 관심을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지표 관련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오전 11시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1161.37을 기록, 낙폭을 5.19포인트(0.44%)로 좁혔다. 반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3% 이상 급락하며 8000선 아래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