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마무리·· ·올해 '경제수사' 판도는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9.01.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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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 515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마지막으로 올해 검찰 정기인사가 마무리됐다.

공안검사의 약진으로 대표된 이번 인사에서 임채진 검찰총장은 4대 권력기관 중 유일하게 유임, 오는 11월까지 보장된 임기를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은 검찰총장 하명사건 등 대형 사건을 처리하는 대검 중앙수사부와 주가조작 및 탈세 등 각종 경제사건이 집중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다.



△중수부장은 재계의 저승사자(?)=검찰 수사의 '메카'로 불리는 중수부 수장은 이인규 검사(사시 24회)로 그의 별명은 '재계의 저승사자'다. 본인은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지만 검사 이력을 보면 별명은 적절하다.

우선 2003년 초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현 금융조사부) 부장검사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맡아 최태원 회장을 구속했다.



원주지청장이던 2003년 말 대검 중수부로 파견돼 2002년 대선 당시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기업인들 수사를 도맡았고 형사9부가 금융조사부로 개편된 후 초대 금조부장을 맡아 주가조작 수사의 바이블을 완성했다.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임명된 홍만표 검사(사시 27회)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출신의 특수통이다. 대검 중수2과장 시절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비리의혹을 수사했고, 줄기세포 의혹사건을 맡아 황우석 박사를 기소한 바 있다.

중수부장과 수사기획관의 원투펀치가 워낙 화려하다 보니 수사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중수부 소속 검사들은 고생을 각오해야 할 거란 말도 이 부장과 홍 기획관을 잘 아는 검사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떠돈다.


△금조부 확대, 검찰 시장감시 역할 증대=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와 첨단범죄수사2부를 신설하는 등 금융경제범죄와 신종범죄에 대한 역량을 강화했다.

특히 금조부는 3부의 신설로 특수부서에 버금가는 인력과 규모로 짜여지게 됐다.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를 주로 다루는 금조1부와 탈세사건을 처리하는 금조2부의 정원은 부장검사를 포함해 7명이다.



신설되는 3부 역시 비슷한 규모로 꾸려진다. 3부의 기능을 증권범죄로 할지, 탈세사건을 맡길지는 협의 중이다.

금조부의 확대로 시장에 대한 검찰의 감시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조부 소속 검사들에 따르면 검찰이 자체 첩보를 통해 주가조작 사건을 처리하는 비율은 40%가량. 나머지는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기관 등의 고발 및 수사의뢰 사건이다.

세세한 주가조작 의심 사건은 감독기관의 몫이지만 대규모 작전세력이 개입됐거나 각종 호재 등을 이용한 이른바 '테마주 사건' 등은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개입, 관련자 출국금지 등 강제수사에 신속히 돌입하겠다는 게 검찰 입장이기도 하다.



△대규모 기업수사는 보기 힘들 듯=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대규모 기업수사를 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경제위기 극복에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데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수사가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기업 비리 수사에 집중하는 등 비리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집중됐었던 점도 대형 경제사건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해 준다. 기업경영이 과거보다 확연하게 투명해졌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특히 임채진 총장 취임 이후 경제사건 수사는 크게 변했다.



과거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수사에서 보듯 일단 대규모 압수수색부터 벌이고 그룹 총수에게로 칼날을 겨누던 식의 수사형태는 찾기 어려워졌다.

취임 일성으로 고품격 수사를 강조했던 임 총장은 "치약 짜듯이 기업수사를 하지 말라. 기업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안 나오면 바로 덮어도 좋다"는 등 지난 한해 검찰권을 신중히 행사하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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