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美 은행, 바이오산업엔 "문 활짝"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9.01.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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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225억불 대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은행들이 바이오관련 투자에는 과감하게 주머니를 열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대의 제약사 화이자가 바이오기업인 와이어스를 인수하는데 미국 은행 컨소시엄은 총 225억 달러(약 31조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이는 전체 인수대금의 680억 달러의 3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번 거래에 돈을 대출해준 금융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JP모간, 바클레이즈, 시티그룹 등이다. 이들 금융기관들의 상당수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화이자는 이번 딜을 위해 빌리는 돈에 대해 7~9%의 적지 않은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들 투자은행들은 화이자의 신용등급이 일정수준 밑으로 강등될 경우 대출에서 발을 빼겠다는 조항을 달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4분기에 17억9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지난 1991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메릴린치의 지난 4분기 손실은 153억1000만 달러로 예비 집계됐다. 씨티그룹은 82억90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하며 5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기는 더 어렵다. 결국 미국 금융권은 제약·바이오 관련 산업을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융위기에도 거대 제약사들의 실적은 양호한 편"이라며 "이들 기업은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금융권으로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금융회사들의 투자는 거대 제약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과정에 동참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지원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금융기관들이 화학물 의약품의 성장에 한계가 온 만큼 바이오의약품으로 산업이 발전해 간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투자매력과 안정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합병에 따라 세계 제약업계에서 가장 다각화된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지원 애널리스트는 "화이자의 와이어스 인수는 전통적인 합성의약 부문과 바이오의약품 부문을 각각 주요 생산품으로 보유한 다국적 양사간의 결합"이라며 "화이자는 이번 와이어스 인수를 통해 바이오의약품과 백신 부문에서 최상위층의 시장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이자는 2012년까지 화합물 의약품의 비중을 현재 매출의 90%에서 7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최근 컨퍼러스 콜을 통해서는 "화이자는 와이어스 인수를 통해 세계 최고의 바이오의약품 회사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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