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바우처시장을 잡아라"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9.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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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바우처 전쟁

"전자바우처시장을 잡아라"


만약 쌀 직불금을 전자바우처로 지원했다면 어땠을까?

쌀 직불금은 지방자치단체를 경유해 수요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됐다. 그러나 전자바우처를 이용했다면 지자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요자에게 지원하되 현금 대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줬을 것이다.

수요자가 이 신용카드를 쓰면 보조금에 해당하는 사용금액만큼 카드대금이 감액된다. 감액분은 물론 정부에서 신용카드회사에 보전해 주게 된다. 체크카드는 결제 시 정부지원금을 제한 금액만 곧바로 출금된다.



이렇게 카드를 이용하면 어떤 사람이 쌀 직불금을 받아 어디에 지출했는지 투명하게 드러난다. 정부에서는 쌀 직불금 사용처를 농약판매업소 등 농업에 필요한 곳으로 한정하고, 카드깡 등 부정한 사용이 없는지 감시만 하면 된다.

이것이 현금 지원과 전자바우처 지원의 가장 큰 차이다. 전자바우처 방식을 썼다면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도 애초부터 없지 않았을까.



물론 아직까지 쌀 직불금 제공방식에 전자바우처가 도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자바우처는 이런 기존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취월장하는 바우처시장

"전자바우처시장을 잡아라"
전자바우처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부에서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사회복지서비스도 함께 대상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노인돌보미 서비스, 중증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지역사회서비스에 전자바우처를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산모ㆍ신생아 도우미 서비스와 가사간병방문 서비스를 시행했다.

올 2월에는 장애아동 재활치료 서비스, 7월에는 2세 미만 영아 양육수당 서비스를 각각 시작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산전진찰바우처는 모든 임신부가 대상이다. 한해 60만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올 9월부터는 보육바우처(아이사랑 보육서비스)가 실시될 전망이다.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에 다니는 아이 가운데 연간 100만여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회사에서도 이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번에 매년 수십만명의 신규고객을 모집할 수 있는 대형 시장이다.



산전진찰바우처 사업은 국민은행에서 수주했다. 보육바우처는 신한카드,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3곳이 경합을 벌인 끝에 신한카드가 따냈다.

◆국민은행, "4대 바우처 사업 노하우 축적"

국민은행 (0원 %)에서 지난해 산전진찰바우처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에 바우처 사업들을 수행했던 경험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07년부터 시행한 4대 바우처사업을 수행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전자바우처 사업의 표준화 작업에 대해서도 2007년부터 5년 기간의 계약을 맺고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에서는 '고운맘카드'라는 이름으로 바우처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1인당 20만원씩 제공되며 1일 4만원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출산 전 진료를 위해 임신부가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등을 받은 후 급여 및 비급여 진료나 검사비용을 결제할 수 있다.



단 이 카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선정한 '출산 전 진료비 지정요양기관'에서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은행 지점에서만 발급이 가능했지만 1월 말부터는 우체국에서도 발급을 가능케 해 편의성을 높였다.

1월21일 현재 산전진찰바우처를 신청한 산모는 26만3735명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고운맘카드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기왕 발급받은 카드를 임신기간에만 쓰고 버리는 것은 카드사나 고객 모두에게 손해"라며 "출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채워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일유업이나 남양유업 등에서도 제안이 오는 중이므로 출산 이후 육아에도 도움이 되는 카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올해 아이사랑카드 70만~80만장 목표"

신한카드가 수주한 보육바우처 사업은 바우처 중 그 규모가 가장 방대하다. 개발기간도 반년이 넘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원금을 포함해 보육비 지원 바우처 예산으로 편성한 규모만 2조2000억원이다.

보육바우처 서비스는 '아이(i)사랑카드'로 불린다. 이 카드를 통해 소득규모 50% 이하인 가정은 보육비를 전액 지원받을 수 있다.

대상은 100만명 선으로 보고 있으며 신한카드는 올해 70만~80만장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한카드는 사업자로 함께 지정된 LGCNS와 보육통합정보시스템 구축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예탁금 및 업무관리를 하게 된다.

아이사랑카드는 기존 바우처와 달리 인터넷이나 ARS 등 신용카드 이외의 결제수단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이사랑카드로 결제할 때 '못사는 집'으로 오해받는 '낙인효과'가 우려돼 왔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ARS, 또는 모바일을 통해서도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육을 위한 제휴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학습지 구독이나 학원 등록, 아동복 구입 시 할인혜택을 줄 것"이라며 "2월부터 관련 업체들과 협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제공기관, 부가세 면제된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업체에도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신용카드를 통한 매출에는 통상 부가세 10%가 자동적으로 부과된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전자바우처로 결제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면해 준다.

사회서비스제공기관에서 신용카드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중소기업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른 중소기업들처럼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지원, 장기저리의 금융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신용카드 등을 통한 전자바우처로 전환되면서 신용카드 수수료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존 전자바우처의 경우 신용카드매출 수수료는 1.3% 정도다. 이는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육바우처(아이사랑카드)는 이를 절반으로 더 낮췄다. 0.67% 정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전자바우처 사업을 체계화하기 위한 '사회서비스바우처 관리법'을 입법예고했다"며 "빠르면 6월께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법을 통해 전자바우처가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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