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앞에 로펌도 '추풍낙엽'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9.01.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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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형 로펌들, 파산·감원 잇따라

경기 침체엔 장사가 없다. 앞서 수년간 이어진 호경기와 함께 사상 최고의 시간을 보냈던 로펌들이 수십년래 최악의 경기 침체 속에서 급속도로 몰락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18년 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로펌 헬러에르만은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순익 기록을 세운 지 불과 2년만의 일이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의 또다른 대형 로펌 텔렌도 경기 침체 압박을 더이상 견딜 수 없다며 폐업을 신고했다. 160년 역사의 뉴욕 로펌 드라이어도 같은달 해체됐다. 침체 여파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창업자의 사기죄 구속이 계기가 됐다.

감원과 임금 동결 등 비용 절감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런던의 클리포드 찬스는 이달 70명 이상의 변호사를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쿨리 고다드 크로니시는 50명의 변호사와 60명의 직원을, 애킨 검프 스트라우스 앤 펠트는 65명의 직원을 각각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뉴욕의 대형 로펌 크라바스, 스웨인 앤 무어는 신입 변호사들에게 연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크라바스 스웨인 앤 무어는 또 올해 전체 지출 규모도 동결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로펌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던 라탐도 지난해 12월 여타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올해 직원들의 연봉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전했다.

인수합병(M&A), 기업 공개(IPO), 기업금융 등 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로펌들의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앞서 15년간 계속된 로펌들의 순익 성장세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마무리됐다. 와코비아웰스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로펌들의 순익은 전년에 비해 평균 8~12% 감소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로펌 순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M&A, IPO 등을 꺼리면서 로펌들의 수입도 자연스레 급감하고 있다. 불경기 때 로펌들의 운영 자금 마련 수단이 되어주던 기업 소송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소송 회피 때문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거나 소송을 후일로 미루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소송을 벌이더라도 로펌 비용은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불경기 이후 로펌 입장에서 유일하게 수입이 늘어난 분야는 '파산 처리'다. 2007년 감소세를 기록했던 파산 관련 기업 소송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힐데브란트 인터내셔널이 전세계 74개 로펌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파산 소송은 전년에 비해 6% 증가했다. 앞서 2007년 파산 소송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로펌들의 시련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댈러스의 로펌 헤인스앤분의 공동 운영 책임자 테리 코너는 업계가 처한 현재 상황상 올해 파산과 흡수 합병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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