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적자… D램업계 본격 구조조정

오동희·진상현 기자 2009.01.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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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몬다 파산 선언, 삼성전자 적자, 대만 업계 이합집산 논의 한창

세계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D램 1위인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가 7년 만에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D램 5위인 독일의 키몬다는 파산을 선언했다. 생존을 위해 미국, 일본 반도체업체들과의 연합을 모색하고 있는 대만 반도체업계도 조만간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공급과잉을 완화시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등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독일 행정법원은 지난 23일 파산을 선언한 키몬다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키몬다는 지난달 독일 작센 주정부 등으로 부터 3억2500만유로(한화 약 5900억원)를 지원받아 회생을 모색했으나 추가 지원에 대한 이견 등으로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못해 파산신청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자금력 있는 투자자 유치 △자산 매각 △청산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몬다의 파산 선언은 공교롭게도 세계 D램 1위인 삼성전자가 7년 만에 반도체 부문의 분기 적자를 발표하던 날 나왔다. 업계에서는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상대가 손을 들 때가지 출혈경쟁을 계속하는 것)'이 끝나고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단계로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키몬다는 기술력이나 자금력 등에 있어 퇴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체로 꼽혀왔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키몬다는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9.8%를 점유했으나 대만 생산 기지 역할을 하던 이노테라의 지분을 마이크론에 넘겨 현재는 공급량이 절반 수준인 5%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키몬다 측은 당분간 D램 생산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확실한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키몬다가 강점을 갖고 있는 그래픽용 D램, 서버용 D램 분야에서 공급 축소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키몬다의 파산 선언은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효과도 기대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파워칩, 난야, 프로모스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일본의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 등과 합종연횡을 모색 중이다. 대만 정부도 독자적인 생존이 어려운 이들 기업들에 대해 지원을 대가로 확실한 기술 전수 계획 등 생존 플랜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만 반도체 업계가 엘피다와 마이크론 진영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도 임원의 30%를 감원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유진 공장 매각 등 자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시황 회복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키몬다의 파산 선언이 업계의 감산 효과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반등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호재"라고 말했다.

서원석 NH증권 애널리스트는 "키몬다의 D램 사업 철수나,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구조조정은 예상됐던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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