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분야 개척..국내 임상시험업계 '샛별'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9.01.28 08:46
글자크기

[신약을 만드는 의사들] ⑨라선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라선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50대 중견급 고참의사가 대부분인 임상시험업계에서 40대 '여걸'로 주목받고 있다.↑라선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50대 중견급 고참의사가 대부분인 임상시험업계에서 40대 '여걸'로 주목받고 있다.


라선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는 임상시험업계에 '떠오르는 샛별'로 통한다. 50대 중견급 고참의사가 대부분인 업계에서 눈에 띄는 40대 여걸이기 때문이다.

라 교수는 1995년 내과 전문의를 취득, 연세의대 교수로 임용된지 8년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지만 화이자제약의 표적항암치료제 '수텐'을 신장암에 적용하는 임상시험의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총괄연구 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로 일찌감치부터 활동했다. 지금도 위암과 신장암, 육종 치료제로 개발된 20여개 항암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PI는 제약사가 개발하려는 신약에 대한 다국가 임상시험을 총괄하는 자리로 신약개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임상시험 PI 경력을 가진 의사는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지 않다. 당시 라 교수가 진행한 한국인 신장암 임상연구결과는 아시아인의 표준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라 교수는 아시아 신장암치료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의 프로젝트에도 구성단계부터 참여하고 있다. 다른나라 의료진 중 패널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참여해온 것은 물론 직접 패널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PI로 활동하며 한국 신장암환자에 대한 임상연구결과를 세계에서 인정받은 결과다.



라 교수가 이처럼 빠른 시간안에 임상시험업계의 핵심 연구자로 떠오른 것은 자란 토양이 달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글로벌임상시험이 시작된 1990년대 후반 전문의를 따고 본격적인 의사생활을 시작한 의사들은 진료를 위한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함께 배웠다. 그들에게 임상시험은 새로운 분야가 아니라 연구하고 환자보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그전 국내에는 임상시험과 관련한 규정 조차 전무했다. 당시 임상시험의 싹을 틔운 의사들은 미국 임상시험 교본을 번역해가며 배웠다.

↑라선영 교수는 글로벌 임상시험 총괄연구 책임자로 활동하며 아시아 신장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라선영 교수는 글로벌 임상시험 총괄연구 책임자로 활동하며 아시아 신장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라 교수는 27일 "본격적으로 의사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임상시험을 주도하는 교수님 밑에서 지금이라면 임상연구간호사들이 하는 일을 직접하며 배웠다"며 "그래서 임상연구와 진료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때문에 라 교수의 신약 임상연구는 진료현장에서 이뤄진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진료실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 그 자체가 연구인 셈이다.

환자입장에서도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말기암환자의 경우 개발 중인 신약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 교수는 "내 환자의 절반은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며 "약값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연구간호사가 1대1로 돌봐줘 환자에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라 교수가 글로벌 PI까지 맡으며 단시간 안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척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 교수는 "빈도가 높은 7대암을 제외하고는 암종 분류조차 제대로 안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젊은 연구자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위암이나 폐암, 간암 등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은 이미 해당분야에 저명한 의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신장암이나 육종처럼 환자가 많지 않은 질환은 의료계 뿐 아니라 정부도 크게 관심 갖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게 시작한 분야가 신장암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만의 결과가 나온 것은 물론, 그것이 아시아인의 결과로 인정받으며 치료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진 상황이다.

두번째 도전분야는 육종. 지난해 임상시험과 함께 자체적으로 환자등록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의 육종환자를 모두 모아 특성을 연구한 후 3월쯤 전세계에 공개할 계획이다.

라 교수는 "환자특성을 모은 자료가 확보되면 항암제의 개발방향이 결정될 수 있고 육종 중에서도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암종에 대한 신약 임상연구를 먼저 시작할 수 있어 막막한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