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반 발만 앞서야 한다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2009.01.24 12:30
글자크기

[마음골프]반발 앞서면 살고 한발 앞서면 죽는다

시스템 다이어리를 생산해서 문구점에 10년 가까이 팔았습니다. 최종 소비재를 생산 유통하던 그 시절, 뼈저리게 느끼고 되뇌였던 말은 '대중보다 반발만 앞서야 한다', '뒤쳐져도 죽고 너무 앞서도 죽는다'는 마오쩌둥의 얘기였습니다.

뒤쳐진 물건이 대중에게 팔릴 리 만무하고 한 발 이상 앞서면 엄청난 비용과 노력으로 대중을 끌고 가야 하는데 대부분 지 풀에 지가 죽는다는 거지요. 아무리 편리하고 좋은 상품일지라도 너무 앞서서 소비자를 가르치고 설득하려 들면 결국 '상품의 바다에 풍덩~' 빠져 죽고 맙니다.



소비자가 어디로 움직일지 미리 가늠해서 반발이든 한발이든 대중보다 앞선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최종적으로 도착할 지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순간순간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물어야 합니다. 대중은 결국 가야 할 길을 가고야 말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대중은 심술꾸러기이고 변덕쟁이 입니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다는 거지요.

'반 발만 앞서야 한다 한 발 앞서면 죽는다'. 골프를 하면서도 마오쩌둥의 얘기를 기억합니다. 스윙이나 공이 아니라 핀에 온 마음을 두면서도 반 발 앞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너무 멀리 봐도 안되고 공에 집착해서도 안됩니다. 지향점을 잃지 않으면서 공이 놓여져 있는 처지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경사가 있는지 잔디가 말랐는지 졌었는지 공은 잔디 속에 잠겨있는지 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대중으로부터 유리되면 스스로 죽고 적으로부터도 자신을 지킬 수 없습니다. '이번 홀에 파를 해야지'라든가 '오늘 베스트 스코어를 내야지'라는 생각은 다 너무 여러 발자국 앞서서 미래로 가버린 겁니다. 그러면 죽습니다. 공이 죽고 상품이 죽는 겁니다.

반발 앞의 설정된 지점을 공이 정확히 지나가고 상상한 이미지대로 클럽이 그 자리를 지나면 큰 실수는 없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샷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이나 조건과 상황을 탓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것이고 대중이 외면합니다. 그 또한 죽음입니다.

프로들이 시합하는 장면을 잘 보세요. 심하다 싶을 정도로 핀과 공을 번갈아 살핍니다. 샷을 하나의 결단이라고 보면 매 결단의 순간에 미래의 지향과 현실의 조건을 '이거다' 싶은 확신이 들 때까지 살피는 거지요.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욕심도 현실의 걱정도 덜어내고 있는 겁니다. 미래의 지향을 놓치지 않으면서 반발 앞에 집중하는 것 골프도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