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샤넬 '혈투', 어부지리 어디로…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9.01.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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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는 LG생건 '숨'… 막판 극적 화해 가능성도 남아

롯데백화점에서 샤넬이 매장을 철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어부지리'가 어느 업체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샤넬이 철수하는 매장수가 적지 않으며 특히 명동상권의 핵심인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샤넬과 화장품 매장 조정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샤넬은 오는 29일자로 본점, 잠실, 영등포, 부산점 등 전국 7개 점포의 화장품 매장을 철수키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일단 본점의 샤넬 매장을 메이크업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늦어도 2월내에 신규브랜드를 입점시키거나 기존 입점 브랜드의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철수 매장이 전국 7개 점포라 점포별로 상황이 다르다. 아직 어떤 브랜드가 입점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자연주의 화장품의 인기 추세가 (매장 선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샤넬의 철수는 롯데백화점 입점을 손꼽아 기다려온 다른 화장품 브랜드에게 절호의 기회가 됐다. 특히 롯데백화점 본점은 온갖 명품화장품이 모여 있기 때문에 신규 브랜드로서는 입점 자체만으로도 큰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매출 증대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높다.

현재 화장품 업계에서는 가장 유력한 롯데백화점 본점 입점 후보로 LG생활건강의 '숨'을 꼽고 있다. 숨은 롯데백화점과 2년간 단독 입점계약을 체결해 잠실, 강남, 영등포 등 주요지역에 입점했지만 아직 본점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이제 국내 화장품 시장은 수입 명품 브랜드라고 무조건 대접받는 시기는 아니다. 그만큼 샤넬의 입지가 추락했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출 위주로 매장을 재구성하기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과 샤넬이 결국 매장 철수라는 극단의 방법을 취할 경우, 양자 모두 얻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업계는 막판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양쪽 모두 물밑 협상을 계속하면서 대외적으로는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넬의 매장 철수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샤넬 화장품의 매출 부진이 이유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샤넬이 가방·의류 매장을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 입점키로 하자 롯데백화점이 매장조정이라는 압박용 카드를 빼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은 매장을 빼라고 한 게 아니고, 위치와 크기를 매출 규모에 맞게 조정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인데 샤넬이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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