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가 평가한 부문별 청정기술 장단점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9.01.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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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페르시롱 NHCA자산운용 CIO, 2009CDP 설명회 발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폐기물처리, 풍력, 태양광 등 유망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전망과 위험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회사가 청정에너지 종목에 투자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도 소개됐다.



필립 페르시롱 NHCA자산운용 CIO는 2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탄소정보 공개프로젝트(CDP) 2009' 설명회에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투자'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청정에너지 기술이 미국·유럽연합(EU) 등 전 세계적으로 이미 성숙단계에 이르렀으며 기술에 소요되는 비용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시롱 CIO는 세계적 풍력발전 운영사인 에어트릭시티(Airtricity)사가 풍력에너지로 얻은 전기를 판매해 32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지난 2007년 스페인 에너지사인 이베르노바사가 기업공개를 통해 72억달러를 조달하는 등 사례를 들며 "청정에너지에 대한 역동적 투자가 계속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보다 기존 인프라(기간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각국 정부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청정에너지 부문에 대한 지원이 약해질 수 있고 △청정에너지 전용 배전망이 부족한 데서 오는 한계가 상존하며 △핵발전이나 청정석탄 기술 등 다른 에너지원과 경쟁에 직면해야 한다는 등 문제점도 들었다.

페르시롱 CIO는 '깨끗한 지구 투자 프로세스(Clean Planet Investment Process)'라는 자사의 포트폴리오 섭외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청정기술 테마에 포함된 700여 종목을 우선 선정한 후 '전체 매출에서 청정기술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나 '유동성' 등 기준으로 다시 400여 종으로 좁힌다.

이들 중 다시 기업의 환경경영 전략이나 사회이슈에 대응하는 태도, 지배구조 등 내용을 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60~80여 종목을 골라 포트폴리오에 넣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적 가전업체인 필립스사를 '에너지 효율 부문 선도기업'으로 꼽았다. 기존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을 뿐더러 '2012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25% 높이겠다'고 선언한 점을 높이 산 것.

이 회사는 또 '언제 어디서든 지속가능한 조명제품'이라는 뜻의 스마일(SMILE, Sustainable Model in Lightening Everywhere)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된 태양광 충전방식의 휴대용 랜턴은 잘 팔리는 제품일 뿐 아니라, 배전망이 부실해 충분한 야간조명을 접할 수 없는 빈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융·산업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설명회에서는 한국CDP위원회가 온실가스 대응 경영전략, 기후변화 시대 기회 창출 방법 등 사항을 설명했다.

환경경영 컨설팅사인 에코프론티어의 이원희 팀장이 '기후변화와 금융기관의 역할', 지난 2007년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온실가스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자사의 CDP 대응 사례를 밝혔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CDP는 한국위원회와 함께 지난해 국내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개사에 온실가스 배출정보 및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서를 발송하고 기업들로부터 돌아온 답변을 모아 보고서로 작성한 바 있다. 올해 CDP는 코리아익스체인지100(KRX100)에 편입된 국내 주요 100개사에 질문서를 발송한다는 방침이다.

아래는 필립 페르시롱 CIO이 각 청정에너지 부문에 대해 평가한 내용을 요약한 것.

■풍력 : 가장 성숙단계에 이른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분야 중 가장 성숙단계에 이른 부문이다. 지난 30년간 풍력발전에 소요되는 비용은 30%가량 절감됐다. 기술에 대한 신뢰성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바람의 질이 어떠한가에 따라 발전효율이 결정되는 단점이 있다.

풍력터빈 시장에 진출하는 신흥기업들의 도약이 눈부시다. 2006년 전 세계 터빈 시장의 약 30%를 차지했던 덴마크 기업 베스타스의 점유율은 2007년 들어 20%대 초반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 공백을 현재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이 메우고 있다.

풍력이 친환경 에너지원이긴 하지만 발전시설을 폐기할 때 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재활용할 것인지 문제가 남는다. 가동 중에도 수시로 유지보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모습이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일고, 터빈이 돌 때 발생하는 소음은 지역사회의 민원 으로 제기된 지 오래다.

■폐기물 : 수집부터 소각까지 전과정 성장세 높은 부문
경제학적으로 '폐기물은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부정적 외부요인'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폐기물을 처리·가공한 어떤 '산물'(재활용제품이나 소각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가치가 그냥 버릴 때보다 높다면, 폐기물 역시 교환가치를 가진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25억~40억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선진국에선 폐기물 증가가 주춤하다가 감소하는 추세다.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지고, 산업계가 친환경 경영에 대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선 여전히 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

폐기물 관리 기술은 수집·분류·매립·소각 등 전 과정에 거쳐 산업적 가치가 높은 부문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분야다.

현재 '폐기물 수집 및 분류' 부문은 매우 낮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185억달러 규모의 시장가치를 가진다. 연평균 6%의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이 부문은 폐기물 관리나 수(水)처리 산업 등 후속 산업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기간산업 역할을 담당한다.

매립지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음에도 연평균 5.3%의 성장률을 보여왔다. 매립지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유기물의 분해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활용하는 것이 영업이익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배척받는 등 성장의 한계가 보인다.

폐기물 소각산업은 연평균 6.1%씩 성장해 70억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비록 대규모 투자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지만 이자·세금 ·감가상각전이익(EBITDA) 비율이 15~20%로 매우 높다.

이외에도 연평균 8.4%씩 성장해 23억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부상한 '생물학적 폐기물 처리산업'이나 46억달러 규모의 '폐기물재활용' 등 산업들이 있다.

하지만 폐기물 산업이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폐기물 처리 전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폐기물 자체에서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는 물론 일산화탄소·질산화물 등 가스들이 배출된다.

폐기물 더미는 황산화물·질산화물·암모니아를 비롯해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주요 배출원이다. 폐기물 침출수로 인한 수질오염과,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오염이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태양광 : 성장잠재력은 크지만, 발전효율은 풍력의 50분의 1
재생에너지 부문 중 가장 늦게 출발한 영역이다. 태양빛을 직접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광 발전' 부문과, 거울로 태양빛을 모아 고온상태를 만들고 이 열로 물을 끓여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태양열 발전' 부문으로 나눠진다.

매우 큰 성장잠재력이 있음에도 태양에너지로 생산되는 전력은 풍력발전에 비해 5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EU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도 세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점이 주목된다.

태양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이지만, 이를 전기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품들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실리콘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유독한 부산물이 발생하기 때문. 특히 태양전지 패널이 매립지에 그냥 버려지면 카드뮴 등 중금속이 토양에 흘러들어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 1990년 이래 계속 '전도유망한 에너지'… 그래도 연평균 성장률은 40% 전망
수소는 지구상 가장 많은 양의 원소이자 아무런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원료가 될 수 있다. 그만큼 가장 전도유망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돼왔다.

수소연료전지로 쓰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메탄올·에탄올·천연가스·가솔린·경유 뿐 아니라 매립지가스, 폐기물 침출수에서도 뽑아낼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가 본격화된다면, 기존 생활방식이나 인프라를 거의 바꾸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015년경 수소연료전지 판매는 총 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이 부문 시장이 1억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연평균 성장률은 40%에 이르는 셈이다.

하지만 제조과정에서 납이나 수은,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이 사용돼 폐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폐 연료전지 자체가 유해한 전자폐기물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만 1년에 30억개의 전지가 팔리는데 이중 17만9000톤이 미국 전역 매립지에 그냥 묻힌다.

■기타 에너지 효율 부문 : 가장 값싼 기후대응법
건물 냉·난방 효율을 높이거나 형광등이나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등 고효율 조명기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에너지 효율제고 정책은 가장 값싼 기후대응 방법이다.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저감을 동시에 꾀할 수 있기 때문.

이외에도 전기 생산이나 배전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으로도 에너지 효율은 높아질 수 있다.

물론 고효율 형광등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형광등 재료인 중금속 수은이 문제다. 캘리포니아는 형광등 자체를 독성물질로 분류해 폐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형광등이나 LED전구가 기존 조명에 비해 10배 이상 비싼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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