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P 직매입에 바짝 다가서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1.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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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증권도 담보로 인정… 경기침체 가속화로 한은 결단 주목

한국은행이 긴급상황시 단행하는 '기업어음(CP) 매입'에 바짝 다가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시 기존 국공채 외에 약속어음이나 환어음 등 신용증권도 폭넓게 담보로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조치는 시중은행에 대한 유동성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심각한 통화수축기'에 단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예고한다는 평가다. 경기침체 및 구조조정 가속화 등으로 신용경색 현상이 더욱 악화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CP 등을 직매입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한은은 현재까지 주로 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 등을 대출담보로 받고 있다. 이를 은행이 기업 등에 대출하면서 받은 약속어음, 환어음 등 신용증권으로 확대한다. 잔존만기 1년 이내의 신용증권은 그동안 금통위 규정에 묶여 담보로 활용되지 못했다.

다만 신용증권의 손실 발생에 대비해 담보가액의 일정비율을 할인하는 '담보가액 인정비율제'를 도입한다. 일종의 할인 개념을 적용해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는 국공채의 경우 액면금액의 80%를, 신용증권은 대출원금의 70%를 담보가액으로 삼는다.



동일인 여신한도를 도입해 담보로 받아주는 신용증권 한도를 특정 금융기관이 한은에 신청한 대출 총액의 10% 이하로 규정했다. 이번 조치는 정상여신을 대상으로 하며, 자회사 모회사 계열회사 등 특수관계인의 신용증권은 배제한다.

김준기 한은 정책기획국 금융기획팀 차장은 "시중은행이 보유한 국공채, 통안증권 등 담보여력이 크게 줄고 있다"며 "실물위축, 시장여건 악화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공급할 때를 대비한 사전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그다지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의 약속어음, 환어음 등 신용증권 이용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중앙은행처럼 발권력을 동원해 CP 등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한은은 △신용경색 완화 조짐(크레디트물 금리하락 등) △은행권 자본확충펀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본격화 등을 이유로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는 양적완화 정책이 아니면서 시중 유동성 보강을 위한 길을 사전에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미묘한' 한은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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