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침체 상황에서 한 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혁신을 현장과 스피드를 강화해 보다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부품과 제품의 분리, 스피드와 효율, 세대 교체= 삼성전자가 이날 단행한 조직 개편은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이뤄졌다. 우선 부품 사업과 세트 사업의 분리다. 부품 성격인 반도체와 LCD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완제품을 판매하는 디지털미디어와 정보통신 총괄을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스(DMC) 부문을 각각 묶었다. B2B 성격의 사업들과 B2C 사업들을 따로 묶어 사업간의 상충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시너지는 최대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각 사업 부문의 스피드와 효율을 높이는 것도 이번 조직 개편의 주요한 목적이다. 이를 위해 본사에 집중돼 있던 지원 조직을 각 사업 부문으로 대거 흡수시켰다. 각 사업 부문이 본사의 지원 조직 없이도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자체적으로 완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의사 결정의 속도를 높여 효율성을 극대화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본사에 근거를 두고 있던 경영지원 총괄, 기술총괄은 폐지됐고 1400명에 달하는 본사 지원 인력 중 1200명이 사업 현장으로 배치됐다.
세대 교체도 이번 조직 혁신의 중요한 축이다. 현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나타낸 젊은 세대들이 주요 보직에 발탁됐다.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문 사장을 맡은 최지성 사장이 맡았던 무선사업부장에는 무선개발실장이었던 신종균 부사장이 임명됐고, 국내엽업사업부에서 총괄로 격상된 한국총괄에는 미 현지 가전영업 책임자인 박재순 전무를 전격 발탁 기용했다. 사장급이 맡았던 북미총괄에는 무선전략마케팅팀장인 최창수 부사장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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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점프와 같은 혁신= 삼성은 지난 1998년 IMF 당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불황 중에 투자하라는 이건희 전 회장의 지론에 따라 공격적 경영에 나서 '위기 후 성장'한 대표적인 모델을 만든 바 있다.
지난 16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19일 임원인사, 21일 조직개편은 IMF 이후 10년간 삼성의 성장을 이끌었던 맹장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스피드를 가진 젊은 장수들로 새 진용을 꾸리고 한단계 높은 궤도에 도달하기 위한 쇄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여명의 사장들이 물러났고 '젊은 피'가 수혈됐다.
삼성전자에서 15년간 근무한 한 직원은 "입사후 지난 15년간 없었던 변화이며, 앞으로 15년간에도 없을 것 같은 큰 변화"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생존게임이 치열한 글로벌 경기상황을 그 누구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번 조직쇄신을 통해 단행했고, 이날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이번 주 중으로 조직쇄신을 단행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돌파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