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직개편은 '퀀텀 점프'

오동희 기자, 진상현 기자 2009.01.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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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의 이번 조직 혁신은 '퀀텀 점프'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퀀텀점프(Quantum Jump)'라고 정의했다. 퀀텀점프란 원자에 에너지를 가하면 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뛰어오르는 대약진을 말한다.

글로벌 침체 상황에서 한 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혁신을 현장과 스피드를 강화해 보다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전 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고도성장 과정에서 적체된 부작용을 해소하지 않고는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배경이다.

◇부품과 제품의 분리, 스피드와 효율, 세대 교체= 삼성전자가 이날 단행한 조직 개편은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이뤄졌다. 우선 부품 사업과 세트 사업의 분리다. 부품 성격인 반도체와 LCD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완제품을 판매하는 디지털미디어와 정보통신 총괄을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스(DMC) 부문을 각각 묶었다. B2B 성격의 사업들과 B2C 사업들을 따로 묶어 사업간의 상충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시너지는 최대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는 반도체나 LCD는 부문에는 고객이지만 정보통신 부문에서는 경쟁사"라며 "DS와 DMC 조직을 최대한 독립적으로 운용해 고객과의 신뢰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 사업 부문의 스피드와 효율을 높이는 것도 이번 조직 개편의 주요한 목적이다. 이를 위해 본사에 집중돼 있던 지원 조직을 각 사업 부문으로 대거 흡수시켰다. 각 사업 부문이 본사의 지원 조직 없이도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자체적으로 완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의사 결정의 속도를 높여 효율성을 극대화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본사에 근거를 두고 있던 경영지원 총괄, 기술총괄은 폐지됐고 1400명에 달하는 본사 지원 인력 중 1200명이 사업 현장으로 배치됐다.

세대 교체도 이번 조직 혁신의 중요한 축이다. 현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나타낸 젊은 세대들이 주요 보직에 발탁됐다.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문 사장을 맡은 최지성 사장이 맡았던 무선사업부장에는 무선개발실장이었던 신종균 부사장이 임명됐고, 국내엽업사업부에서 총괄로 격상된 한국총괄에는 미 현지 가전영업 책임자인 박재순 전무를 전격 발탁 기용했다. 사장급이 맡았던 북미총괄에는 무선전략마케팅팀장인 최창수 부사장이 선임됐다.


◇퀀텀점프와 같은 혁신= 삼성은 지난 1998년 IMF 당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불황 중에 투자하라는 이건희 전 회장의 지론에 따라 공격적 경영에 나서 '위기 후 성장'한 대표적인 모델을 만든 바 있다.

지난 16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19일 임원인사, 21일 조직개편은 IMF 이후 10년간 삼성의 성장을 이끌었던 맹장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스피드를 가진 젊은 장수들로 새 진용을 꾸리고 한단계 높은 궤도에 도달하기 위한 쇄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여명의 사장들이 물러났고 '젊은 피'가 수혈됐다.



삼성전자에서 15년간 근무한 한 직원은 "입사후 지난 15년간 없었던 변화이며, 앞으로 15년간에도 없을 것 같은 큰 변화"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생존게임이 치열한 글로벌 경기상황을 그 누구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번 조직쇄신을 통해 단행했고, 이날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이번 주 중으로 조직쇄신을 단행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돌파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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