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사교육비 학교에서 잡힐까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01.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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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1일 발표한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은 실용영어교육 강화, 우수 영어교사 확보, 영어교육 인프라 구축 등이 핵심 내용이다.

시교육청은 이 은 방안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영어 사교육비를 공교육에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어교육, 학교가 책임진다" = 시교육청이 이번에 마련한 방안은 영어수업 방식을문법·독해 중심에서 의사소통 중심으로 바꾸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고교 수업에서 듣기, 말하기, 쓰기 평가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특히 말하기 평가비율은 10% 이상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다만 연간 단위로 50% 이상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1학기와 2학기 평가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지는 개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또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을 위해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TEE)'도 최소 주 1회 이상 실시하기로 했다. 수준별 이동수업도 2011년까지 중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일선 학교의 영어수업 방식이 바뀌면 학생들이 학교교육만으로 영어회화 능력을 갖추게 돼 영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으로 시교육청은 기대하고 있다.


◇"영어교사 역량강화가 급선무" = 영어수업 방식이 회화 중심으로 바뀌려면 교사의 역량 강화, 관련 인프라 구축도 뒤따라야 한다.

시교육청은 2012년까지 모든 초·중·고 영어교사가 영어로 영어수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TEE 가능교사 비율은 현재 60% 수준이지만 이를 매년 10%포인트씩 늘려 2012년 100%까지 늘리겠다는 것.

TEE 진단도구를 개발하고 TEE 지수에 따라 개인별 연수계획을 수립해 맞춤연수를 실시하면 이 같은 목표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시교육청은 예상했다.

기존 교사의 변화를 독려함과 동시에 신규교사 선발시 영어회화 능력 검증도 강화하기로 했다. 초등 임용시험의 경우 영어수업실기평가를 도입하고, 중등 임용시험에서는 영어논술과 영어심층면접을 강화한다.

2010년까지 모든 초·중·고에 영어전용 교실을 설치하고, EBS 영어전용채널과 아리랑 TV 등의 콘텐츠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사교육비 "오히려 증가" 우려도 = 시교육청은 이같은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영어교육과 관련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온·오프라인 영어교육 인프라가 구축됨에 따라 사교육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

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배치되고 학습 부진학생에 대한 특별 지도가 강화되면 영어교육 격차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평가부터 회화 중심으로 바꿀 경우 오히려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고교의 경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수준별 이동수업 또한 수준별 평가가 아닌 전체평가인 상황에서는 교육격차를 오히려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수업방식이 의사소통 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시스템 개발이 안된 상태에서 평가방식부터 덜컥 바꿔버리면 학원 밥벌이 수단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 밖에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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